성원건설發 '악재'…리비아 수주 빨간불

2조원대 공사 계약파기 당해
한국 건설사 신뢰도 추락 '비상'
리비아 정부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성원건설에 총 2조원 규모의 토브루크 신도시공사 계약 해제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리비아 건설시장 내 추가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 건설업체에 대한 신인도가 크게 훼손되면서 리비아 발주처의 태도가 비우호적으로 돌아서고 있어서다. 현지에서 영업을 벌여온 일부 건설사들은 하반기 수주가 어렵게 됐다며 우려하고 있고 일부 중견 건설사는 리비아 정부의 과도한 수익분배 요구로 계약을 아예 포기했다.

◆리비아 "한국 보증기관 못 믿겠다"25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리비아 정부는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성원건설과 작년 11월 맺은 토브루크 신도시 공사(주택 5000채 및 단지조성)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최근 통보했다.

리비아 정부는 성원건설에 대한 보증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원건설이 채권단으로부터 갑작스레 퇴출 판정(D등급)을 받으면서 사태가 꼬이기 시작했다. 수출보험공사는 보증 보험을 발급해줄 수 없었고 수출입 은행 또한 선수금환급보증서(APBond)를 내주기 힘들었다.

전문가들은 리비아에선 경쟁입찰보다 수의 계약으로 공사를 발주하는 경우가 많아 '보증 약속'을 이행 못한 성원건설 사태로 한국 건설업체 신인도가 떨어져 향후 수주전에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 건설업체에 후폭풍 부나

'성원건설 사태'로 리비아 발주처가 갑자기 무리한 요구를 들고 나와 계약이 깨지는 사례도 생겼다.

신한건설 리비아 현지법인은 최근 거의 마무리된 하수도시설 공사계약 두 건을 포기했다. 당초 신한건설은 65% 지분을 갖고 현지 건설사와 함께 공사를 따냈다. 그러나 발주처 측이 갑자기 계약 조건을 변경,신한건설이 공사비용의 100%를 투자하고 수익의 35%를 현지 건설사에 주도록 요구했다. 회사 측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갑자기 내세워 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리비아 수주를 추진 중인 업체들도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저층 아파트 신축,호텔 재건축 사업을 준비해온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신뢰 문제를 이유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그동안 진척시킨 계약 상담을 없던 걸로 돌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 신뢰 확보가 관건

토브루크 공사는 터키 업체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은 수익성을 문제로 들어 사업 승계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토브루크 신도시 인근에서 2000채가량의 주택을 짓고 있는 현대엠코 측은 "성원건설 공사를 승계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수익성 문제로 포기했다"고 전했다. 승계 여부는 건설업체가 판단할 문제지만 승계 시공이 안 되면 국내 건설사 신인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 측은 "국내 중견 건설업체의 경영정보를 해외 발주처에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국내 건설사 신뢰 확보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성선화/장규호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