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재킷 입고 직원 다독인 현정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때 곧잘 빨간색 정장을 입곤 했다. 작년 8월 북한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직원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오는 길,그는 방북때 입었던 검은색 정장 대신 진홍빛 재킷을 골랐다. 25일 현대상선 34주년 창립 기념식에서도 현 회장은 빨간 정장 차림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행사는 현대아산의 명운을 좌우할 사건과 일정이 겹쳤다. 금강산 지구 내 남측 부동산을 조사하고 최악의 경우 몰수할 수도 있다는 북한측의 으름장에 현대아산은 공동 조사를 위한 직원을 급파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그룹 사옥에서 열린 창립 기념식은 조용히 치러졌다. 참석자들은 현 회장이 김성만 현대상선 사장과 나란히 앉아 직원들을 격려했다고 전했다. 현 회장은 그동안 "금강산과 개성 관광사업은 곧 재개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말라"고 당부해 왔다.

장경작 전 롯데그룹 호텔 부문 총괄사장을 현대아산 후임 사장으로 선임한 것도 '다음'을 내다보는 행보로 읽힌다. 장 신임 사장은 호텔업계의 '대부'로 관광 사업에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19일엔 고(故) 정주영 명예 회장의 추모식에 정지이 현대U&I 전무와 함께 참석,정 명예 회장의 유지를 받들고 있음을 대외에 보여줬다.

현대아산은 2008년 7월11일 관광객 박왕자씨 총격 피살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을 중단한 상태다. 현대아산이 올 2월까지 입은 금전적인 손해만 2579억원 가량이다. 인력도 60% 가량 구조조정했다. 현지 여행사,숙박 업체,운송 업체 등이 입은 손해까지 합하면 피해액은 911억 6100만원에 달한다. 한편,김성만 현대상선사장은 "위기와 시련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풍랑을 헤쳐 왔다"며 "올해 대규모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