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펀드, 올해는 '수익 풍년' 찾아오나

고유가에 바이오에탄올 재부상
곡물값 상승 예고…투자자 몰려

농산물 펀드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원자재 펀드의 상승세에서 비켜나 저조한 실적을 거뒀지만 곡물가격 상승 등 각종 호재로 올해는 더 나은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28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산물에 투자하는 펀드의 1년 수익률(24일 기준)은 29.56%였다.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이 50.22%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이다. 개별 펀드를 비교해 봐도 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다. 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농산물 펀드 가운데 '도이치DWS프리미어에그리비즈니스'펀드만 유일하게 평균보다 높은 53.86%의 수익을 냈다. 다음으로 수익률이 높은 '마이에셋글로벌코어애그리'펀드는 24.08%에 불과하다. 두 펀드는 모두 농산물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농산물 관련 지수를 따르는 파생형펀드는 수익률이 더 나빴다. 파생형펀드 중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산은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펀드는 14.12%의 수익을 냈고 '신한BNPP애그리컬쳐인덱스'는 4.98%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수익률이 낮았던 이유는 작황 호전에 따른 공급량 증가로 농산물 가격이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파종시기인 4~5월에 농산물 가격이 반등하자 휴경을 선택한 미국 농가가 줄어 공급량이 늘었던 것.이정은 푸르덴셜 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산물은 수요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돼 공급에 의해 주로 가격이 결정된다"며 "지난해에는 날씨까지 좋아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향상돼 농산물 가격의 약세 흐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는 농산물 펀드가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따라 국제유가가 상승해 대체 에너지인 바이오에탄올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육류 소비 증가로 가축 사료용 농산물 소비 증가도 예상된다. 미국 식량농업정책 연구소는 바이오에탄올의 수요가 2013년에는 2009년 수요 추정치인 12억갤런보다 두 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에 따른 업황 부진,경작지 면적 한계 등도 중장기적으로는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옥수수,콩,밀 등의 가격이 2007년 대비 50~6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경기회복이 진행되면서 옥수수를 사용하는 바이오에너지 쪽 수요도 살아나고 있어 곡물 분야가 올해는 좋은 투자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기대됨에 따라 투자자도 늘고 있다. KTB자산운용은 연초 농산물 선물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3개 만들었다. 전체 규모가 1000억원 정도나 된다. 연초 이후 농산물 공모펀드에는 1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투자자들의 펀드환매 추세에 따라 해외주식형펀드에서 연초 이후 1조5500억원이 빠져나가고 원자재펀드에서도 191억원이 순유출된 것과 비교하면 신규투자가 많은 셈이다.

국내에 출시된 농산물 펀드 중에는 주식형보다는 파생형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농산물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작년 증시의 상승 영향으로 파생형보다는 주식형이 높았지만 농산물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를 하려면 주식형보다는 파생형을 선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식형 농산물펀드는 농산물 관련 기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 상승과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고 오히려 증시 흐름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조완제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인구가 늘고 소비가 확대되면 농산물 가격의 상승이 기대된다"며 "주식형의 경우 개별 주식의 흐름과 농산물 가격이 다소 다르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만큼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수익을 원한다면 파생형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