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유럽 재정위기 급한 불은 껐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그리스 지원방안이 합의됐다. 그리스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더 이상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되면 15개 유로존 회원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공동으로 긴급자금을 대 준다는 게 주요 골자다. 유로존 국가들이 전체 금액의 3분의 2, IMF가 3분의 1가량을 지원하는 모양새다. 이로써 그리스는 국가부도 위기에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그리스가 치러야 할 대가는 크다. 공공부문 임금과 연금을 동결하고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는 등 긴축재정을 실행하면서 재정적자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 사정이 어려운 그리스 국민들로서는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IMF가 지원단에 가세함으로써 보다 더 타이트한 긴축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또한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근원적으로 해소됐다고는 보기 힘들다. 그리스가 순탄하게 재정 건전화를 이뤄낸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이른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그룹에 속하는 다른 국가들 역시 거대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인 까닭이다. 이미 포르투갈은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이들 나라들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할 경우에도 '유로존+IMF' 방식의 지원 모델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유로존 중심국인 독일이 회원국들의 모럴해저드를 막고 유로화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PIGS 국가들의 재정 긴축이 비슷한 흐름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擴散)시킬 가능성도 적지않다는 점이다. 유럽내 영국은 물론 미국 일본 같은 경제대국들마저도 대규모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디스를 비롯한 국제신용평가 기관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계속 경고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또한 경제 정책 운용에 한층 더 긴장감을 갖고 임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진국들이 본격적으로 긴축 정책을 펼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선 이제 겨우 회복세에 들어선 경기가 더블딥에 빠져들면서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국가부채 관리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대에 그쳐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낫기는 하다. 하지만 공기업 부채 등을 합하면 이 비율이 2배 수준으로 치솟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부채 증가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그리스 등 PIGS 국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가부채가 지나치게 부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