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금융위원장 "스팩 이상과열…선제적 대응 필요"

세계금융규제 움직임에 신흥국 입장 대변할 것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미국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금융규제 강화 움직임과 관련,신흥국 입장에서는 억울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대표자 간담회에 참석,"우리나라는 자본시장과 금융산업이 성숙되지 않아 이와 관련한 실력을 더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과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 등 26개 금융투자회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과 이수화 예탁결제원 사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황 회장은 "우리 금융투자업계가 진취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해야 할 때에 규제 강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우려를 전달했고 진 위원장은 "신흥국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에서 진 위원장은 최근 이상 과열 양상을 보였던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과 관련해 "초기에 자율 규제 등의 형태로 대응이 되지 않을 경우 나중에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워진다"며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금융투자회사들이 대부분 비슷한 규모에 비슷한 영업모델로 경쟁하고 있어 답답하다"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융투자업계는 △장외파생상품업 등 금융투자업 업무 범위 확대 △공기업 매각 시 금융투자회사의 주관사 참여 허용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 △3년 이상 장기 주식형펀드 투자자에 대한 소득공제 △펀드투자설명서 교부 간소화 등을 건의했다.

이에 진 위원장은 "차근차근 검토해볼 것"이라며 "활성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발전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팩에 대한 진 위원장의 경고성 발언이 알려지면서 이날 개장 직후 가파른 오름세를 타던 스팩은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미래에셋스팩1호는 오전 한때 11.82% 급등했으나 상승폭이 대폭 줄어 6.16% 오른 3100원에 마감했다. 대우증권스팩 역시 개장 직후 6.34% 뛰었으나 1.48% 오른 376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증권스팩1호는 1.59% 하락,이틀째 약세를 보였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