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확대, 경기부양 효과 적다"…경제연구학회, 지속성장 세미나

정부지출 증가 22國중 최고
개방경제엔 감세가 효과적
한국의 재정지출 증가 속도가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데도 불구하고 실제 경기 부양에 미치는 효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재정을 푸는 정책이 생각만큼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하고 한국경제연구학회가 공동 주최한 '지속성장을 위한 정부 역할의 재조명' 세미나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 연구위원은 '재정정책 효과의 국제비교' 란 주제발표에서 "한국의 경우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정부지출은 분기별로 평균 5.4%(전년 동기 대비)씩 증가해 비교 대상 주요 선진 22개국 중 가장 높았다"며 "평균적으로 1% 미만의 증가세를 보인 주요국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재정지출의 급속한 증가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일랜드(증가율 4.5%)보다도 0.9%포인트 높은 것이다.

하지만 재정승수(乘數)를 이용해 재정지출과 재정수입이 경기 부양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경우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경기 부양 효과는 상대국에 비해 낮았다고 김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재정승수는 재정 투입으로 국민소득 수준이 얼마만큼 증가하는가를 나타내는 계수다. 재정승수가 1이라면 정부가 10억달러를 지출했을 경우 국민소득이 10억달러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재정지출 승수는 0.838로 22개국 전체 평균 0.905보다 낮게 나왔다. 이에 비해 재정수입 승수는 1.082로 다른 나라 평균 0.796에 비해 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재정지출 증가가 경기 부양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재정수입 감소,즉 감세가 더 효과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실제 지출 확대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 지속 기간은 3분기에 그친 데 비해 감세 효과는 최대 5분기까지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소규모 개방경제를 취하고 있는 한국의 특성 때문이라는 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처럼 수출 및 수입 의존도가 높을 경우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소득 증가분은 수입 수요 증가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개방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재정지출의 누수현상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방향이 잘못 설정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과도한 재정의존정책과 이를 통한 시장개입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