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국민소득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년 연속 뒷걸음질치며 5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9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작년 1인당 GNI는 1만7175달러로 지난 2008년(-11.1%)에 이어 또다시 11.0% 줄어들면서 2004년 이후 가장 낮아진 것이다. 1인당 GNI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33.9% 감소한 이후 2001년을 제외하고 매년 10%대의 증가세를 유지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감안하더라도 매우 실망스러운 수치다.

물론 1인당 GNI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은 환율의 영향임에 틀림없다. 연평균 원 · 달러 환율은 2008년 달러당 1102원60전에서 지난해 1276원40전으로 15.8%나 상승했다. 원화가치가 그만큼 싸져 달러로 환산(換算)한 GNI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원화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지난해 국민소득은 소폭(3.3%)이나마 증가했다. 하지만 간신히 마이너스를 면했을 뿐, 증가폭은 1998년(-2.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결국 환율의 영향이 아니라도 지난해 국민소득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결론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저축과 투자도 지난해 모두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총 저축률은 30.0%로 1983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았다. 총 투자율도 5.2%포인트 떨어진 25.8%를 기록해 1998년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였다. 소득 감소로 저축이 줄어 투자재원 자체가 쪼그라든 데다 그나마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는 향후 성장잠재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행은 "소득 수준과 비교하면 저축률은 여전히 높은 편이며, 투자율도 올해는 상당히 회복될 것"이라지만 그렇게 낙관해도 좋을지는 의문이다. 700조원이 넘은 가계부채로 가계의 저축 여력이 바닥난 데다 글로벌 경기도 앞으로 지속적인 회복세가 이어질지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기업 투자 확대를 결코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책 당국이 결코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각종 거시정책 목표나 예상치를 재점검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다. 당장 지난 2월 실업률만 해도 1월에 비해 크게 개선될 것이라던 정부 예상이 크게 빗나갈 만큼 최근 경제상황은 변동성이 크다. 정부가 5%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는 올해 성장률도 대내외의 상황 변화를 감안,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언제 또 경제가 추락할지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 기업투자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규제 철폐 등 기업환경 개선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자세를 더욱 가다듬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