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509곳 주총 현장 롯데쇼핑 'M&A 실탄용' CB한도 1兆로 증액

'부부대결' 예신피제이 부인쪽 승리
메카포럼 재무제표 실적 공란으로
"주주들을 빨리 총회장 안으로 들여 보내라."(선우중공업 소액주주)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경영진은 모두 책임져라."(성원건설 소액주주)

올 들어 최대인 509개 기업이 26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LG CJ제일제당 롯데쇼핑 등 대부분 기업들이 일사천리로 주총을 끝낸 반면,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일부 기업들의 주총은 분노에 찬 소액주주들의 성토장이 됐다. ◆…롯데쇼핑은 이날 주총에서 3000억원이던 전환사채 발행 한도를 1조원으로 대폭 높이는 안건을 가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 인수 · 합병에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을 포함해 여러 가지 사업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기 위해 전환사채 발행 한도액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또 전자상거래업과 신 · 재생에너지발전업,석유판매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절차를 앞둔 성원건설의 주총은 "밀린 임금을 지불하라"는 플래카드로 뒤덮인 경기도 용인 본사에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열렸다. 이 회사 임휘문 사장은 개회에 앞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회사의 경영진으로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지분 23.87%를 보유한 대한종합금융 측이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경영진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상정 안건에 모두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회사 측 원안대로 통과됐다. 오너와 관계사들의 지분율은 27%가량에 달하기 때문.임 사자은 "상장폐지 건에 대해선 한국거래소에 29일 전후로 이의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직 대표이사의 횡령 · 배임 사건이 발생한 선우중공업의 주총이 열린 천안 본사에선 회사 측이 동원한 용역직원들이 주주들의 주총장 출입을 막아 몸싸움이 벌어졌다. 주주들은 "신임 대표가 전직 대표의 횡령과 경영난으로 어려운 회사에 자금을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어기고 이사직에 오르려 한다"며 이사 선임안을 부결하겠다고 별러왔다. 고성이 오간 끝에 일부 주주들이 주총장에 입장했지만 이미 10분 만에 모든 안건을 가결한 뒤였다. 한 변호사는 "1000만주의 위임을 받아왔는데 접수도 못 시키고 총회가 끝나버렸다"며 "33.5%의 찬성으로 가결됐다지만 미리 들어와 있던 주주들은 한눈에 봐도 그 정도가 안돼 보였다"고 주장했다. 회사 주식을 보유한 한 직원은 "아침에 와 보니 건물이 봉쇄됐다"며 "신임 이사 선임안이 가결돼 허탈하다"고 말했다. ◆…'부부간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의류업체 예신피제이의 경영권 분쟁은 이날 서울 장안동 본사에서 열린 주총에서 부인 오매화씨의 승리로 끝났다. 남편 박상돈 회장 측에서 제시한 사내이사 황성욱씨 선임 안건이 표대결 결과 부결된 것.반면 오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은 55.3%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부부간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를 쥔 넥서스투자(지분율 13.1%)는 불참했다. 표결 직후 일부 주주들은 오씨에게 "열심히 일해서 주주가치를 제고해 달라"고 주문했고,오씨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작년 말 개그맨 신동엽씨와 현 경영진 간 경영권 분쟁을 빚었던 연예기획사 디초콜릿이앤티에프의 주총은 논현동 본사에서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주주 17명 중 12명이 참여했지만 이 회사 소속 연예인이자 주주인 강호동씨는 불참했다. 권승식 대표는 "커피사업과 DY엔터테인먼트,더스포츠커뮤니케이션 합병 등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214억원으로 증가했다"면서 "하지만 잇따른 합병 등으로 판매관리비가 증가했고 유상증자 진행 등으로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상장폐지 대상인 메카포럼의 주총도 싱겁게 끝났다. 최근 코스닥업체를 중심으로 퇴출 공포가 고조된 터라 소액주주들의 강한 성토가 예상됐지만 10명 남짓한 주주만 참석한 채 큰 갈등 없이 15분 만에 끝났다. 장기남 사장이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해 재감사를 의뢰했다"고 밝혔기 때문.주주들에게 나눠준 재무제표에는 지난해 실적이 공란으로 비워진 상태였다. 회사 측은 "재무제표와 관련된 부분은 오는 31일 결과가 나오면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한 주주는 "이미 감사의견 거절이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 혹시 괜찮은 결과가 나올지 실낱 같은 희망도 없지 않다"며 "하지만 재감사 사실을 주총 당일에야 알려줘 주주 입장에서 불안하고 답답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동윤/김재후/김유미/박민제/서보미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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