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탈옥해서 자유 찾자" … 왜?


아이폰 ‘탈옥’ 일명 ‘탈옥폰’에 대한 사용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탈옥의 불법 여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탈옥을 시도하려는 사용자들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아이폰 탈옥한 사람들’이라는 까페가 개설돼 좀 더 쉽게 탈옥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각종 스마트폰 관련 사이트에서도 ‘아이폰 탈옥할 수밖에 없는 30가지 이유’ ‘탈옥 성공...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글이 올라와 네티즌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탈옥은 이제 필수, 아이폰 유저들이여 탈옥해서 레알(진짜) 신세계를 경험하자”라고 말했다. “탈옥은 실패율 0%. 하루빨리 탈옥해서 자유를 되찾자”는 네티즌도 있다.

‘탈옥’이란 말은 해외 사용자들이 쓰는 jail break란 용어를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일종의 해킹’을 의미한다.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은 제품의 안정적인 운용과 사후관리를 들어 아이폰 기능에 일종의 잠금장치를 해두었다. 탈옥은 바로 이 잠금장치를 해제, 애플에서 허용하지 않는 기능이나 다른 프로그램들을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폰 이용자들은 왜 비싼 돈을 들여 제품을 사놓고 굳이 제조사에서 허용하지 않는 탈옥을 감행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아이폰 사용자들은 탈옥을 할 경우 아이폰 활용도가 훨씬 높아진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 감옥을 나가는 순간 더 큰 앱의 바다로?

아이폰 사용자들이 탈옥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 외에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언제든 무료로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탈옥을 하게 되면 특히 ‘사이디아 스토어’라는 사이트를 통해 앱스토어에서 등록이 거부된 재미있는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이미 올라와 있는 앱들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예컨대 아이폰3G의 경우 3Gs와는 달리 비디오녹화를 할 수 없게 돼 있지만 탈옥을 하게 되면 사이디아에 등록된 특정 앱을 이용해 녹화가 가능하게 된다.

애플이 인정한 애플리케이션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얼리어답터들은 탈옥을 해서라도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의 바다에 빠지려는 것이다. ◇ 내 맘대로 꾸미는 바탕화면&테마

탈옥을 하게 되면 애플이 허용하지 않는 각종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을 이용해 아이폰을 사용자 입맛에 맞게 꾸밀 수 있다.

탈옥을 하지 않은 정상 아이폰에서는 단순한 기본 검정색 바탕 화면을 이용해야 하지만 탈옥폰은 바탕화면을 다양하게 바꾸는 것은 물론 폰트를 조정할 수도 있고, 아이콘을 폴더별로 정리할 수 있으며 문자입력 방식을 사용자 편의에 따라 바꿀 수도 있다.

◇ 음악 들으면서 게임도...멀티태스킹이 가능

탈옥은 또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한다. 두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실행, 한 가지를 작업화면서 동시에 다른 작업도 할 수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게임을 한다든지, 영어사전을 열어놓고 영어로 된 글을 읽는다든지 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밖에도 탈옥을 하게 되면 애플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인 멀티미디어 메시지(MMS)를 사용 할 수 있고, 아이폰에서 나오는 벨소리, 경고음, 알림음 등 모든 소리를 사용자 마음대로 바꿀 수도 있다. TV out 코드를 통해 TV와 연결도 가능하다.

그러나 탈옥 시 아이폰 기능이 확장된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탈옥폰에 대한 위험은 분명히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탈옥의 가장 큰 문제로 보안의 취약성을 지적한다.

최근 정상 아이폰에서도 악성코드가 작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아이폰과 관련한 보안 문제는 탈옥폰에서 생길 가능성이 훨씬 높다.

탈옥 중 아이폰이 ‘먹통’이 돼 버리는 등 기기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탈옥폰 사용자들은 ‘복원’과정을 거치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지만 탈옥 과정에서 아이폰에 문제가 생겼다는 네티즌들의 하소연도 종종 들려온다.

탈옥 이후 배터리가 지나치게 빨리 소모된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아이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멀쩡한 기기를 왜 탈옥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 “탈옥의 끝은 결국 순정(정상 아이폰) 회귀다”라는 부정적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탈옥 중 단말기에 문제가 생겼다 해도 A/S가 불가능해 따로 비용을 지불하고 수리를 해야 한다. 국내 아이폰 A/S를 맡고 있는 KT 측은 “탈옥을 시도하다 문제가 생겨 고객센터에 문의하는 사용자들이 종종 있다”면서 “하지만 이 경우 무상수리가 불가능하다. 전적으로 본인에게 책임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탈옥의 불법 여부에 관한 부분은 미국 현지에서도 논란이 진행 중이다. 애플사는 탈옥이 불법이라며 일부 탈옥 개발자들의 앱스토어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지만 업계에서는 탈옥 자체를 불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다만 탈옥을 통해 유료 프로그램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는다던가 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와 연결되기 때문에 불법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