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수요없는 사재기'…두달만에 오름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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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원자재값 10% 인상 예고철근 등 철강재의 국내 도매가격이 두 달 만에 올랐다. 고철 무연탄 등 원자재값이 오르면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다음 달부터 기준가격을 10~20% 높일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이다. 아직 철강재를 많이 쓰는 건설 경기는 살아나고 있지 않은 만큼,실수요보다는 일부 업체들이 사재기에 나선 결과라는 지적이다.
28일 서울 문래동 철강 도매상가와 물가 정보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주 보통철근의 도매가격은 t당 71만5000원(10㎜ 기준),고장력철근은 72만원으로 한 주 전보다 1만원씩 올랐다. 상승률은 각각 1.42%와 1.41%다. 철근값은 지난해 5~6월께 t당 75만~76만원으로 올랐다가 건설 경기 침체로 지난해 말부터 내림세를 보였다. 올 들어서도 보통철근이 68만5000원,고장력철근은 69만원 선을 유지하다가 지난 1월 말 현대제철 등이 고장력철근의 기준가격(테이블가격)을 t당 73만1000원에서 74만1000원으로 높이면서 2만원씩 인상된 이후 약 두 달째 시세 변화가 없었다. 도매가격은 차에 실어주는 것까지만 반영한 시세이며,제강업체들의 기준가격은 현장에 배달해주는 값을 포함시킨 것이다. 배형덕 한국물가협회 연구원은 "제강사들이 원자재값 인상을 반영해 다음 달께 제품 가격을 t당 6만~7만원씩 올리겠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일부 가수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업체들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철강재 기준가격을 10~20%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로 제철원료인 고철뿐 아니라 고로에서 쇳물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철광석 원료탄 등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4월은 원자재 장기계약이 마무리되는 시기여서 제강업체들이 통상적으로 원료비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시키게 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 가격 인상 폭이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달 내수 기준가격을 인상할 수도 있으나 아직은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문래동의 심현용 동아S.T.산업 사장은 "가수요도 많았고 프레스 기계,제관 등의 제조업체에서 많이 사갔다"며 "경기 뒷받침이 안 되니까 철강업체들이 20% 이상은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심성미/장창민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