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장사 배당확대보다 투자 늘리는 게 급선무

상장기업들이 올해 배당금 지급액을 크게 늘렸다. 한국예탁결제원이 12월 결산 830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배당실시 법인 수가 지난해보다 13% 늘고 금액 또한 31%나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배당금 규모가 1조원을 넘고 3000억원 이상을 배당에 할애한 기업도 SK텔레콤 포스코 KT 등 8개사에 이른다.

상장사들의 배당 확대는 반가운 소식임에 분명하다. 늘어난 이익금으로 한 해 동안 기업 경영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투자해준 주주들에게 보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의 어려운 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해내고 있음을 입증(立證)한다는 차원에서도 그러하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배당 확대가 과연 옳은 선택인지에 대해선 생각해봐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외형상 순이익이 크게 늘었음에도 실제 경영 상황이 그리 좋아졌다고 판단하긴 어려운 까닭이다. 금융정보업체인 Fn가이드가 최근 581개 12월 결산사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은 전년보다 1.14% 줄고,영업이익은 고작 0.48% 증가에 그친 것만 보아도 경영실적 자체가 호전됐다고 평가하기는 무리다. 환율효과를 제외하면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나라 경제가 투자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도 그러하다. 청년실업이 10%대에 들어서는 등 극심한 취업난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일자리 창출만큼 시급한 게 없다. 일자리는 배당을 늘린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설비 증설이나 신사업 착수 등의 형태로 투자를 확대해야만 생겨나는 법이다. 그런데도 환율 효과를 누렸다느니, 외국인 주주들의 압력이 거세다느니 하는 이유로 배당 잔치나 벌이는 게 합당한 일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기업 경영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신수종 사업 발굴, 기술 혁신,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擴充)하는 것만큼 절실한 게 없다. 눈앞의 배당을 늘리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확대를 도모하는 일이 주주와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길임을 잊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