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려되는 '야간시위천국'

집시법 금지규정 6월말 효력상실
경제타격 고려 대체입법 서둘러야
우리는 오랜 세월 망국의 설움과 정치적 압박의 시대를 거쳐오면서 집회와 시위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취해 왔다. 그래서인지 매년 1만건 이상의 집회와 시위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중 1000여건은 불법폭력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시위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것으로서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에게 불편과 피해를 끼칠 뿐이다. 따라서 집단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고 하루빨리 법적 절차와 민주적 대화를 통해 그릇된 집회시위문화를 바꿔 나가야 한다.

그런데 현행법으로 금지된 야간 집회와 시위가 향후에는 신고만 하면 가능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집시법의 야간집회 금지 관련조항이 작년 9월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아 금년 6월 말 이후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주어진 시한까지 대체입법을 하면 되고 실제로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그러나 국회일정상 5월에는 18대 국회의 제2기 원구성과 맞물려 소관 상임위원회가 개편될 예정이고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사실상의 입법시한은 4월 말인 셈이다. 여야 대립국면이 장기화되고 있고 집시법 개정방향에 대한 입장 차도 커 시한내 대체입법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회에서 집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야간집회 금지조항이 무력화되면 어떻게 될까. 무엇보다 재작년의 촛불시위사태가 재연될까 두렵고 금년 11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G20 회의의 순조로운 개최가 걱정스럽다. 지난해 영국과 미국에서 열린 G20회의는 반세계화단체의 시위로 홍역을 치렀다. 작년 4월 태국에서 개최된 아세안+3 정상회의는 시위로 인해 아예 행사가 무산됐다. 우리는 G20 회의를 국제사회에 코리아의 위상을 한껏 드높일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지만 막상 지구촌 곳곳에 전파를 타는 것은 정상회담이 아닌 광화문광장의 대규모 촛불시위가 될 수 있다.

경제에 미칠 영향도 근심스럽다. 야간에는 통제도 힘들고 익명성이 높아져 불법폭력시위로 변질될 위험이 높다. 야간시위가 빈번해지면 소비주체들은 불안심리 때문에 지갑을 닫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발길을 돌릴 것이다. 관광산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종은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인들의 사기도 걱정이다. 현재도 노사갈등이나 각종 집단민원과 관련한 집회와 시위에 시달리고 있는데 앞으로 야간에도 이런 고통을 겪게 된다면 기업할 의욕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집단의 힘에 굴복하는 사례도 생길 것이고, 국제사회가 보는 한국의 기업환경은 급격히 추락할 것이며 외국인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야간집회를 금지하지 않는 나라도 일부 있다. 영국이나 독일을 들 수 있지만 이런 나라는 성숙된 준법의식 속에 야간집회와 시위 자체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준법수준이 OECD 30개국 중 27위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이나 프랑스, 러시아 등처럼 야간집회 금지규정이 꼭 필요하다.

얼마전 밴쿠버에서 열렸던 동계올림픽 때 김연아 선수를 비롯한 우리 선수단이 선전한 결과 기업 이미지 제고 등으로 무려 20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다고 한다. G20 회의를 잘 치르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까지 성공한다면 국운이 다시 융성해질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집회와 시위 문화를 바꿔야 한다. 특히 집시법 개정에 실기하면 서울 시내 곳곳에서 한밤 촛불시위가 매일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행여 '야간시위천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정치권에서 현재의 상황을 좀 더 잘 인식해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는 집시법을 꼭 개정해 주길 빌어본다.

이동근 <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