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기업들, 합종연횡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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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에 200억弗 지원 협상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브릭스(BRICs) 기업들이 다음 달 16일 브라질리아에서 열리는 2차 브릭스 정상회의를 앞두고 활발하게 협력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도석유기업들은 러 가즈프롬 등과 합작추진
중국 국영은행은 후진타오 주석의 회의 참석에 맞춰 브라질에 대규모 금융 지원을 추진하고 있고,인도와 러시아도 최근 유전개발과 원자력 분야 기업들 간 협력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상대국 제품에 대한 수입을 억제하고 투자를 제한하는 등의 견제도 있어 브릭스 국가 간 미묘한 견제 심리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29일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영 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는 중국개발은행(CDB)으로부터 100억달러의 추가 금융 지원을 받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CDB는 지난해 11월 초 페트로브라스와 이미 100억달러의 금융 지원 계약을 체결했다.
추가 협상이 성공하면 지원액은 200억달러로 늘어나게 되고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경제협력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페트로브라스는 금융 지원 대가로 중국 2위 석유업체 시노펙(Sinopec)의 자회사인 우니펙 아시아(Unipec Asia)에 향후 10년간 하루 평균 20만배럴(2010년은 15만배럴)의 석유를 판매할 예정이다.
중국의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과감한 지원은 에너지 확보 외에도 브라질의 고속철 사업을 따내려는 중국 기업을 측면 지원하는 성격도 강하다는 분석이다. 브라질 정부는 리우~상파울루~캄피나스 510㎞를 잇는 고속철도 사업을 발주해 오는 6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사업비만 22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공사다. 이 수주전에 중국은 중국철로공정총공사 중국철로건설총공사 등 국영기업을 앞세워 한국 및 일본 컨소시엄을 제치고 선두에 나서려 하고 있다. 중국 최대 석유업체인 페트로차이나도 이날 해외 기업 인수를 위해 향후 10년 동안 최소 6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페트로차이나는 지난해에만 70억달러를 투자해 호주 캐나다 중앙아시아의 석유회사들을 사들였으며,앞으로 러시아 브라질 등 브릭스의 대형 에너지 기업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인도의 석유 기업들도 최근 러시아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인도 국영 석유기업 ONGC는 가즈프롬이나 로즈네프트 등과 합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ONGC는 이미 2001년 시작된 사할린-1 광구 개발에 참여해 현재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시베리아의 사할린-3 프로젝트나 북극해 인근 티만-페코라 지역 유전 개발에 지분투자 형태로 참여할 계획이다.
상호 협력의 이면에서 브릭스 국가들은 자국 기업을 위한 견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브라질은 최근 아르헨티나와 손잡고 중국산 제품 수입 억제를 위한 공조에 합의했다. 웰베르 바랄 브라질 통상산업개발부 차관은 "최근 수년간 중국산 제품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브라질은 아르헨티나 시장을 잃고 있으며,이 같은 사정은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라며 "중국과 교역에서 양국이 공세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부는 자국 시장 내 중국산 제품 유입 현황을 조사하고,필요할 경우 중국산 제품 수입 억제를 위한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인도 역시 중국 기업들의 인도 투자를 제한한 데 이어 최근 인도 내 건설 공사에 중국인 근로자들을 데려오는 중국 기업들의 관행을 금지했다. 자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4월 브릭스 정상회담에서는 각국 간 협력 방안과 함께 무역 확대에 따르는 마찰 최소화 방안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너지 수입국인 중국 인도와 에너지 자원부국인 브라질 러시아 간 협력 방안이 관심을 끌 전망이다. 회담을 주관하는 브라질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는 금융 에너지 등 분야의 협력 확대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브릭스가 향후 10년 안에 선진 7개국(G7)을 따돌리고 세계 1위 경제 파워로 발돋움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올해 브릭스 국가들의 경제가 다시 고공행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태완/강경민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