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IFRS發 어닝 서프라이즈' 온다

재고 평가법 바뀌며 이익급증 효과
GS칼텍스 작년 순익 50% 더 늘어
SK에너지·에쓰오일도 내년 도입

올해 정유업계가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국내 상장사와 금융회사들에 도입되는 IFRS가 후입선출법(LIFO · Last-In-First-Out)을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정유사들이 재고 평가방법을 바꾸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IFRS를 조기 도입한 GS칼텍스(비상장사)가 지난해 사업실적 결산 결과 순이익이 크게 늘어 내년 도입을 앞둔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상장 정유사들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칼텍스는 4101억원으로 계산됐던 지난해 순이익이 재고자산 평가방법을 LIFO에서 총평균법으로 바꾸면서 6528억원으로 불어났다. 연말 재고자산도 6236억원가량 더 늘어난 3조4807억원으로 집계됐다. LIFO는 늦게 매입한 제품부터 먼저 판매된다고 인식하는 재고 평가방법이다. 따라서 물가가 오를수록 원가를 높게 인식해 이익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남아있는 재고의 가치는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문제가 지적돼 IFRS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고자산의 가치가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하는 다른 산업들이 대부분 선입선출법(FIFO · First-In-First-Out)이나 총평균법을 적용하는 것과 달리,원유는 시간에 따른 손실이 거의 없다는 특징을 고려해 그동안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들이 제품 원재료 등을 LIFO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새 회계기준에 따라 평가방법을 바꾸면서 그동안 매출원가로 인식되지 않고 남아있던 오래된 원유 재고까지 한꺼번에 원가로 반영되자 이익이 크게 늘어나게 된 것이다. GS칼텍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원가에 1980년대 배럴당 10달러 수준에 들여왔던 재고들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평균법은 기존 재고를 포함한 전체 재고의 평균값으로 원가를 계산하는 방법이며,FIFO는 먼저 들어온 제품이 먼저 판매된다고 인식하는 방법으로 둘 다 물가가 상승할 경우 LIFO에 비해 원가는 낮아지고 재고의 가치는 높아지게 된다. SK에너지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GS칼텍스와 같은 총평균법으로 변경한다고 공시했고,에쓰오일은 FIFO로 바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은 이달 초 감사보고서를 통해 FIFO로 평가방법을 바꿀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 평가액이 404억원가량 늘어난다고 밝혔다. 정제마진 악화로 부진에 빠진 정유사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는 가운데,일각에선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태식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위원은 "올해 유가가 상승 추세를 보일 경우 정유사들의 이익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후입선출법이 그동안 이익을 줄여 세금을 적게 내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과세 유예 등의 특혜를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