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금융시장 놀라지 않았다

원ㆍ달러 환율 3원20전 되레 하락
해군 초계함이 서해에서 침몰한 것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29일 코스피지수가 개장 초 15포인트가량 떨어지고 원 · 달러 환율이 2원 정도 올랐지만 금세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5.73포인트(0.34%) 하락한 1691.99로 마감했다. 개장 초 주가가 하락하자 매수 주문이 들어오면서 2시간 만에 낙폭을 거의 만회했다. 장중 한때 2포인트가량 오르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3277억원어치를 순매수해 한국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보여줬다. 외환시장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원 · 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3원20전 내린 1135원50전에 마감했다. 개장가는 전 거래일보다 2원80전 높은 1141원50전을 기록했지만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물이 쏟아지면서 장 내내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환율은 초계함 침몰 사고보다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그리스 지원안 합의에 따른 유로화 가치 상승과 2월 경상수지 흑자 소식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모습이었다.

채권금리는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날보다 0.11%포인트 오른 연 4.53%에 마감하는 등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초계함 침몰 사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김일구 대우증권 채권파트장은 "초계함 사고의 영향은 거의 없었다"며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의 귀국 후 발언이 전해지면서 오름세가 커졌다"고 전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공항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과 시장이 내가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의 갭(차이)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금융시장도 안정을 유지했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0.09% 하락했지만 대만 가권지수는 0.9% 올랐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상승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 북한이 개입한 정황이 나타날 경우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금까지는 북한이 관련됐다는 증거가 없지만 상황에 따라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