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수 세계김치연구소장 "20년 김치인생, 세계 명품브랜드화 힘쓰겠다"

"외국인 입맛에 맞는 다양한 퓨전제품 개발"
"김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발효식품입니다. 식품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3월10일 개원한 세계김치연구소의 초대 소장으로 부임한 박완수 박사(56)는 31일 기자와 만나 "김치는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세계 각국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산업규모가 영세한 데다 중국 수입산의 범람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김치 홍보마케팅을 강화하고 각종 발효식품에 대한 연구 개발 및 생산기업체 직원 교육을 맡으면서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겠다"며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컨트롤 타워 역할도 맡겠다"고 설명했다.

김치는 현대인에게 매우 중요한 자연 건강식품으로 주원료가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다. 유기산(신맛)이 많아 신진대사 촉진을 통한 노화예방과 암 예방,혈압 강하,콜레스테롤 저하 등 인체에 유익한 효과가 있다. 특히 김치는 가장 잘 숙성됐을 때 유산균이 요구르트보다 1000배나 많다고 한다.

다만 김치가 우리 음식문화에 알맞도록 변화해왔고 주식(主食)이 아닌 부식(副食)으로 사용해온 관행이 세계화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박 소장의 진단이다. 그는 "햄버거 피자 파스타 등 세계화된 해외음식은 대부분 주식"이라며 "김치를 세계인의 입맛에 맞도록 다양한 퓨전형을 개발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한식 세계화'의 동반식품으로 '세트화'할 필요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조리전문가를 영입하고 기업체 등과 공동으로 김치를 소재로 한 새로운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는 등 김치를 주식화 및 상품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김치는 여러 세균이 얽히고 설켜 만들어지는 특성상 맛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은 김치 발효과정에서 미생물 수를 조절하는 '천이 기술'을 활용,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연구소는 이 기술을 상용화해 모든 김치 제조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 소장은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식품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한국식품개발연구원에 입사,초기에 전통 술을 담당하다가 지금까지 약 20년간 김치분야를 연구해온 전문가로 김치세계화전략단장을 지냈다. 2005년 김치의 산도(신맛의 정도) 함량,매운 정도 등의 기준을 담은 국가 김치 규격 제정에 참여했으며 현재는 '묵은지'의 규격화 작업을 수행 중이다. 그는 "2001년 김치가 우리나라 식품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규격위원회(Codex)로부터 인정받는 데 핵심 멤버로 참여한 것이 가장 보람된 일로 기억된다"며 "이는 당시 김치를 세계에 홍보하는 데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