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간접광고 독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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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제작사들, 법 개정 요구#1.MBC TV는 최근 2010 프로야구 개막전에 현대자동차의 '스포티지R' 가상광고를 선보였다. 경기 도중 화면 하단에 10초짜리 차량 이미지를 6차례 노출한 것.국내 방송 사상 처음 내보낸 가상광고다. SBS TV도 세계 피겨선수권대회의 김연아 쇼트 경기 등에 가상광고를 실었다.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한 삼성전자의 5초짜리 가상광고가 5회 전파를 탔다.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얼음판에서 미끄러지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2.지난해까지만 해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제품 · 브랜드 이미지를 노출시켰던 드라마 제작사들이 간접광고(PPL)를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올해 초 발효된 개정방송법 시행령에 따따 간접광고 영업을 방송사만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제작사들에는 아예 영업권이 없다. 올해 초 나란히 합법화된 가상광고와 간접광고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가상광고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간접광고는 삐걱거리고 있다. 둘 다 규제를 줄이고 광고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도입했지만 광고를 내보내는 방식 차이로 간접광고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것이다.
가상광고는 스포츠 경기 중계 화면에 컴퓨터그래픽으로 가상의 광고 이미지를 삽입하는 기법.방송법시행령에 따르면 가상광고는 전체 프로그램 시간의 5%,화면의 4분의 1을 넘지 못한다. 지상파 광고판매대행사인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는 가상광고 판매와 관련,노출 위치와 시점에 따라 3,5,10,15초 등 다양한 광고 패키지를 준비했다.
기본가(100%)를 중심으로 상하 제한없이 5% 단위로 입찰에 부쳐 최고가를 광고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광고주들이 코바코에 광고시안을 가져다주면 해당 방송사가 경기 중 그대로 내보낸다.
그러나 드라마나 예능프로 속에 브랜드를 삽입하는 간접광고는 사정이 다르다. 올해부터 양성화됐지만 간접광고 판매업체가 방송사로 제한돼 있어 제작사들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졌다. 작년까지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PPL 영업을 했던 제작사들이 시장에 접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코바코가 예상한 올해 간접광고 시장 규모는 300억원 정도.그러나 업계에선 간접광고 시장이 5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종합편성방송이 생기면 8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고,장기적으로는 2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호주의 간접광고 시장은 1500억~2000억원이다.
이에 대해 드라마제작사협회 김승수 사무총장은 "방송 드라마의 80% 이상을 외주제작사가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간접광고 영업권을 지상파에만 허용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며 "제작사들이 간접광고를 유치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 달라고 방통위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제작사뿐만 아니라 케이블 방송사들도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광고주들이 간접광고 비용을 기존 방송분과 협찬금,타매체 등에서 전용하면 다른 매체들의 타격은 불보듯 뻔하다.
한 케이블 방송사 임원은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는 '공룡 지상파'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지상파는 최소 3년간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