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채 발행 성적 부진…싸늘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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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물 목표치 40% 밑돌아재정위기 탈출을 위해 잇따라 대규모 국채 발행을 진행 중인 그리스가 암초에 부딪쳤다. '싸늘한 시장의 반응'이 그것이다. 지난 29일 7년물 50억유로 규모의 국채 발행을 간신히 성공시켰던 그리스는 곧이어 30일 12년짜리 10억유로 국채 발행에 나섰으나 목표치의 40%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앞으로 국제시장에서 자체 자금조달을 계속할 수 있을지 기로에 선 것이다. 그리스가 탈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주춤하자 유로화 역시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로화 약세 못벗어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그리스가 최근 발행한 7년물 국채는 6.3%의 고금리에 간신히 물주를 구했고,12년짜리는 수요가 없어 고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2년짜리 국채는 최대 10억유로어치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3억9000만유로어치를 매각하는 데 그쳤다. 금리는 5.9%.연말까지 총 350억유로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그리스에 '황색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하루 전 발행했던 7년물 국채와 같이 5.9%의 고수익을 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수요층을 봐도 올초 두 차례 국채 발행에서 61%와 77%를 떠안았던 국제투자자들이 발행물량의 57%만 안아 싸늘한 시장의 평가를 그대로 드러냈다.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의 합동 지원 방침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국채는 매력 있는 투자거리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리스는 29일 7년물 50억유로어치 발행에서도 제대로 매수자를 구하지 못해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3월 초 50억유로 규모 국채 발행 때 160억유로의 매수주문이 몰렸던 적이 있어 채권 발행을 낙관했던 그리스 정부로선 수요가 62억5000만유로에 불과하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채권값도 급락해 금리가 하루 새 6.0%에서 6.3%로 치솟았다.
FT는 이 같은 양상에 대해 "시장은 그리스의 재정능력에 대해 회의적이며,그리스는 이례적인 고금리를 제시해야만 국채 발행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그리스 금융산업은 여전히 서유럽 국가 중에서 중장기적으로 위험도가 가장 높다"고 강조했다. 연이틀 쓴맛을 봤지만 그리스는 위기 탈출을 위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장 4~5월 만기도래 채무를 막기 위해선 200억유로 이상이 필요하지만,국채 발행을 통한 자력 자금조달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조만간 유로존과 IMF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리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유로화 역시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로화는 현재 연초 대비 8%가량 떨어져 '1유로=1.34달러'대에서 횡보 중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