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주주들 "회계법인 불러라"…일부선 갑작스런 연기로 원성

● 12월 결산법인 '막차 주총'
12월 결산법인의 올해 마지막 주주총회일인 31일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거나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비우량 기업들이 일제히 '막차 주총'을 열었다. 이날 주총을 개최한 101개사 중 25개사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 중이고,자본잠식 등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곳도 11개사였다.

가장 관심을 끈 곳은 지난 3월24일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네오세미테크.오전 9시10분께 시작한 주총은 주주들의 거센 항의와 질의가 쏟아져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오명환 네오세미테크 사장은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데 대해 "회계법인에 모든 자료를 제출했고 숫자는 정확하지만 관점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한 소액주주가 "의견 거절은 회계법인이 의견을 제시할 만한 충분한 자료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만 내는 것"이라며 "회사 측의 관리 부족인지,숨기는 자료가 있는지 명확히 밝히라"고 따졌다.

또 다른 소액 주주도 "회사 측의 말만 들어서는 믿을 수 없으니 대주회계법인 담당자를 부르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오 사장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대주회계법인에 재감사를 요청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일까지 이의신청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이비스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쏠라엔텍 주총에서도 한 소액주주가 "지금 어려운 상황에 있는데 왜 전화도 안 받고 회피하느냐"며 경영진을 질타했다. 지난 3월23일 자본잠식 50% 이상 등의 사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소리바다미디어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안 등 안건들이 별 진통없이 통과됐다.

한 소액주주는 "주총장 안에 회사 직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들어와 박수를 치고 가결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바람에 제대로 반대를 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감사보고서 미제출 기업들은 이날 아침 갑작스럽게 주총을 연기해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내비게이션 업체 엑스로드는 서울 대한상의에서 주총을 열 예정이었으나 황규형 사장 등 임원들이 불참해 주총이 미뤄졌다. 한 주주는 "회사에 전화를 해도 잘 받지 않아 주총에서라도 설명을 들을 생각이었다"며 허탈해했다.

남윤선/김유미/서보미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