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현미밥 예찬

"사장님. 어머 이게 뭐예요?" 점심 회식 자리에서 또 다시 나의 현미 찹쌀밥과 야채 반찬 도시락이 화제에 올랐다.

고혈압과 과체중으로 여러 해를 고민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행되지 않았던 나의 다이어트는 지척에 두고 가깝게 지낸 친한 친구가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나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워킹맘으로서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던 친구는 평소 나와 마찬가지로 건강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었다. 친구의 아이는 급한 대로 내가 돌보고,친구의 남편은 아픈 친구를 간호했지만,40대 중반 주부의 공백은 가정에 큰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껏 '조금 더 건강해지면,또는 조금 더 예뻐지면 좋기야 하겠지만…'하고 미루던 건강 관리였는데,'내가 아프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자,덜컥 겁이 났다.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구나. 새롭게 시작하자'고 다짐하고 식생활과 운동습관을 돌아보니,아 이런 이제까지 참 되는 대로 살았나 싶다.

그나저나 맛있는 음식 마음껏 먹는 게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는데 이걸 어찌 포기하나. 식이요법 70%,운동 30% 정도가 다이어트에 가장 효과적이라는데.소식에 워낙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현미 50%,현미 찹쌀 50%를 섞은 밥과 야채로 저 칼로리의 포만감 높은 식사를 시작했다. 또 항상 바쁜 스케줄을 탓하며 하지 않던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위해 따로 긴 시간을 낼 수 없다고 생각했었던 것은 다 핑계였던지,온몸이 땀으로 젖을 때까지 운동을 하자 오히려 카타르시스와 스트레스 완화가 느껴졌다. 이런 노력이 습관화되자 3개월 만에 목표 체중으로 감량되는 등 수치상으로도 꽤나 성과를 거뒀고,덕분에 맞지 않던 옷도 맞게 되었다. 오랫동안 고생하던 고혈압도 개선되었다. 커플매니저들 사이에선 연일 나의 변신이 화제가 되었고,몇몇은 다이어트 비법을 물어왔다.

뿐만 아니라 식이요법과 꾸준한 운동이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필요했던 끊임없는 자기 절제의 작은 실천 후엔 나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성취감이 생겨났다. 이것은 더 큰 일에 앞서 자신에 대한 믿음을 줬다.

간혹 미혼 남녀 중에서도 체중관리나 건강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없어서 이성에게 호감을 사지 못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그보다 한창 무언가를 얻고 이뤄야 할 때에,스스로 적절한 조절을 하지 못하게끔 자신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안타깝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찰나,"어머 사장님! 그거 다 드시고 제 것까지 드시면 어떡해요. " 곁에 있던 날씬한 송 팀장이 한마디 한다. 역시 다이어트란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인 동시에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작업인가 보다.

김혜정 듀오정보 대표 hjkim@duo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