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고객 빼오는데만 급급…증권사, 수수료 인하엔 인색

펀드이동제 취지 못살려
펀드 판매회사를 갈아타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데도 증권사는 여전히 수수료 인하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월 '펀드 판매회사 이동제'를 이용해 판매회사를 변경한 건수는 하루 평균 312건으로,이 제도가 시행된 1월 마지막주의 하루 평균 이동건수(225건)보다 38.7% 증가했다. 하루 평균 이동 금액도 47억원에서 53억원으로 약 12% 늘었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35일만에 7042건에 1247억원이 이동했다. 이는 작년 말 기준 214조원대 공모펀드의 0.06%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정작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 노력은 미미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판매수수료 차등화 및 판매회사 복수제'가 도입된 지난해 7월 이후 선취수수료를 면제하거나 인하하는 방법으로 실제 판매 수수료를 차등한 펀드는 75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현재까지 운용 중인 펀드는 61개에 그쳤다. 이 가운데 60개 펀드는 펀드 이동제도에 정식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키움증권이 판매한 펀드다. 이에 따라 판매이동제도가 당초의 목표와 달리 펀드 판매사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수수료를 인하하지 않고 마케팅 경쟁만 이뤄질 경우 투자자의 편익을 보호한다는 기존의 제도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판매회사가 자신들이 마련한 공동규약을 준수하는 한편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