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부터 윤이상 음악까지 플루트 연주 한상차렸어요"

호암아트홀서 연주회 갖는 최나경
"베토벤이나 브람스,슈만을 만나면 왜 플루트 협주곡은 쓰지 않았는지 따질 거예요. "

플루티스트 최나경씨(27)는 이미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떠나버린 작곡자들을 원망하곤 한다. 피아노 바이올린을 위한 곡은 많지만 플루트만을 위한 곡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16세에 입학한 미국 커티스 음대 시절에 매일 새로운 곡을 연습해야 했다. 한국 국적의 관악기 연주자로는 처음으로 미국 메이저 교향악단인 신시내티 오케스트라의 부수석이 된 이후에도 웬만한 플루트 레퍼토리는 거의 다 섭렵했다. 그러는 동안 바이올린 첼로 등의 협주곡을 플루트로 편곡해 부르는 게 취미이자 특기가 돼버렸다.

3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그의 연주 프로그램만 봐도 플루트 레퍼토리 소화력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고전음악인 바흐의 곡부터 삼바,탱고 리듬이 섞인 마이크 모워의 '소나타 라티노'까지 차림상이 다채롭다.

대부분의 독주회가 특정 작곡자의 곡이나 '바로크의 밤' 등으로 구성되는 것과 달리 이번에 연주되는 곡들의 공통점은 '최나경'이다. 고국 팬들에게 자신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프로그램 중에서 특히 윤이상의 '가락'이 눈에 띈다. 그는 "'가락'은 커티스 음대에 다닐 때 처음 접했는데 국악기의 느낌,한의 정서 등 한국인만이 표현할 수 있는 묘한 매력을 지닌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3세 때인 2006년 187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신시내티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부수석 주자가 됐다.

지휘자 파보 예르비,샤를 뒤투아,피아니스트 라두 루푸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공연하면서 음악적으로 성숙해진 그는 2008년 '종신 단원(Tenure)'자격까지 얻었다. 자신이 원하면 죽을 때까지 안정적으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내리막 길'이다 싶으면 바로 그만 두겠다고 말했다.

그의 국적은 아직도 '대한민국'이다. 미국 최고 교향악단의 정규직인 데도 국적을 바꾸지 않았다. 신시내티 심포니에서 외국 국적을 가진 단원은 그뿐이다. "사실 악단에서 제 국적 때문에 불편해 해요. 해외 공연 때 저만 따로 비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더 들죠.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생긴 것도 그렇고 평생 한국인일 수밖에 없잖아요. 해외 언론도 제 공연 리뷰를 쓸 때 항상 '한국인 재스민 최(미국 이름)'라고 표현하는 걸요. "그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경기필하모닉과도 협연한다. 1577-5266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