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의 헬로~버디] (10) 한경독자여러분, 하는 일마다 '버디' 잡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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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끝) 골프를 즐겨라한국경제 독자 여러분,안녕하세요. 미국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배경은(25 · 볼빅)입니다. '배경은의 헬로~버디'를 10회로 마치게 돼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좋은 레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회가 있으면 다시 찾아 뵐게요.
라운드 즐기는데 필요한 3가지
노래 한 곡·동반자·작은 목표
저는 지난주 끝난 KIA클래식에서 퍼트 때문에 가슴앓이를 많이 했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할,'홀을 스치고 360도 돌아나오기'를 8개나 기록하고 나니까 아무리 좋은 찬스가 와도 경기를 하기가 싫어지던데요. (배경은은 그 때문인지 미니홈피에 '돌아라 돌아.그래 실컷 돌아라.나도 너 따라 돌련다'란 글을 올렸다). 이색 경험과 함께 또 다른 '배움'이 있었던 한 주였습니다. 저는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봤어요. 첫 번째가 좋아하는 노래 한 곡,두 번째가 좋은 동반자,마지막이 작은 목표 갖기입니다. 다소 엉뚱하죠.
아마추어 골퍼뿐 아니라 프로들도 라운드를 하다 보면 버디도,더블 보기도 할 수 있어요. 이럴 때 좋아하는 노래 한곡 흥얼거리면 기분이 전환되고,나쁜 스코어로 인한 스트레스는 줄어들 것 같아요. 또 노래 덕분에 주변 경관이나 코스를 살펴보는 여유가 생겨 골프를 한층 재미있게 할 수 있겠죠.
골프는 혼자 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할 수 있는 동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론 작은 내기가 잠재돼 있던 기량을 이끌어내 줄 때도 있죠.또 골퍼들의 다양한 스타일을 만나 좋고 나쁜 것을 비교할 수도 있어요. 라운드 도중 골프와 관련된,감춰둔 스토리를 나눌 수 있는 것도 골프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네요. 라운드를 할 때마다 골퍼들은 기대를 품습니다. '저번에 갔을 땐 무지 잘 안 맞다가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했어'라는 좋은 기억 속에 '오늘은 어떤 샷이 나올까' 하는 기대를 갖고 티잉그라운드에 오릅니다. 프로들도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승을 기대하고 버디를 상상합니다. 연습라운드에서 무조건 좋은 스코어를 내려고 하는 게 아니고 어떤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나가서 그것을 실전에서 실행해 보는 거죠.아무래도 연습장보다 실전에서 샷을 해보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조금 더 많은 필드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레슨 코치에게서 배운 30야드 어프로치샷이라든지,스윙 리듬만큼은 일정하게 해보겠다는 것 등이 좋은 예죠.이 밖에도 오늘 3퍼트는 하지 않겠다든지,짧게 치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나만의 목표를 세우는 겁니다. 라운드를 통해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골프를 즐기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준비물은 순간순간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저는 대회중에 더블 보기나 트리플 보기가 나와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더블 보기는 트리플 보기를 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며 감사한 마음으로 플레이하는 거죠.짧은 버디 찬스를 놓쳐 파를 하게 되면 버디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 어제는 힘들게 했던 파를 오늘은 쉽게 했다는 감사함으로 달래려고 합니다. 이렇게 코스에서 한 타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플레이하다 보면 오히려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겁니다. 골프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저를 칭찬하게도,반성하게도 만드는 거울 같은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경제 독자 여러분,항상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라운드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올해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정리=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