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더 맛있는데…" 펩시가 코카콜라를 넘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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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vs 마케터 | 알 리스·로라 리스 지음 | 최기철·이장우 옮김 | 흐름출판 | 344쪽 | 1만6000원
좌뇌형 경영자 VS 우뇌형 마케터
논리와 감성, 확장과 집중…시각차·갈등 요인 수두룩
손쉬운 타협·일방적 지시 '스톱'…끊임없는 소통으로 '답' 얻어야
눈을 가린 상태에서 맛을 비교하는 시험을 해보면 코카콜라보다 펩시를 꼽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러나 콜라의 대명사는 여전히 코카콜라다. MP3플레이어 제품 카테고리의 최초 제품은 노매드 주크박스였다. 하지만 이 시장을 주름잡는 것은 애플의 아이팟이다. 왜 그럴까.
세계 최고의 마케팅 대가 알 리스 부녀(父女)가 쓴 《경영자 vs 마케터》는 40여년간의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그 답을 들려준다. 저자들은 이런 결과가 마케팅을 운용하는 사람,즉 경영자와 마케터의 소통에서 온 것이라고 말한다. 사업을 확장하고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추는 일은 놀라운 경험과 전략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런데 경영자와 마케터는 같은 목표를 두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서로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처럼 생각하는 방식이나 언어,행동 등 모든 점에서 다르다. 화성에서 온 경영자,금성에서 온 마케터인 것처럼 말이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논리적 사고의 좌뇌형(경영자)과 감성적 직관의 우뇌형(마케터)이 갖는 성향 차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본질적인 시각 차이가 있기에 둘은 소통하기가 어렵고 평행선을 달리기 쉽다는 것이다. 그가 설명하는 경영과 마케팅의 시각 차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경영은 현실,마케팅은 인식을 다룬다. 경영은 확장,마케팅은 집중을 선호한다. 경영은 최초의 제품이 되려 하고,마케팅은 최초의 브랜드가 되려고 노력한다. 경영은 큰 시장,마케팅은 표적 시장을 겨냥한다. 경영은 커뮤니케이션,마케팅은 포지셔닝을 지향한다.
가령 경영자는 상품의 질이 성공의 핵심 열쇠라고 믿는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페이톤'이나 맥주회사 밀러의 '밀러 클리어'는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도 실패했다. 그래서 마케터들은 "인식은 항상 현실을 이긴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경영과 마케팅의 시각 차이나 갈등 요소는 무려 25가지나 된다. 이에 따른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와 뜻밖의 해법을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아,그래서 우리가 이런 논쟁을 했구나. 기본적으로 이런 차이가 있다는 걸 모르고선…" 하며 공감과 위로를 얻기도 한다.
성과 창출은 모든 경영자의 의무이자 책무다. 이를 위해 최고경영자는 전략 기획,인재개발,마케팅 등 전 분야에 정통해야 한다. '마케팅은 너무 중요해서 마케팅 부서에만 맡겨둘 수 없다'고 휴렛팩커드의 데이비드 팩커드는 말했다. 마케팅은 논리적 사고에 익숙한 경영자들에게는 너무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케팅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이유다.
하지만 이 책은 마케팅을 뛰어넘어 경영과 마케팅을 다시 생각하고 정리하게 한다. 인식은 품질이 아니라 포지셔닝에 달려 있고,브랜드는 다름으로 가야지 따라가서는 안 되며,특정 계층에 어필하는 브랜드는 계속 그 그룹에 초점을 맞춰야 함을 알려준다. 경영자와 마케터는 손쉬운 타협이나 일방적인 지시를 경계해야 하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답을 찾으려는 의지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해준다. 또 "마케팅은 재치나 기발함으로 하는 게 아니다. 마케팅은 일관성과 믿음으로 하는 것이다" "브랜드를 키우려면 언어적 표현(못)과 심상적 표현(망치)이 모두 있어야 한다. 망치도 없이 못을 박으려 덤비니 고객들에게 인식이 되겠는가" 등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과 현실적이고 예리한 마케팅 대가의 통찰에 놀라게 된다.
"마케팅은 하루면 배울 수 있는 학문이다. 그러나 달인이 되려면 한평생이 걸린다. " 필립 코틀러가 한 말이다. 퇴계 이황 선생도 배우는 학(學)은 순간이지만 익히는 습(習)은 평생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경영자의 한 사람으로서 마케팅을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마케팅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마케팅에 자신 없거나 잘 모르는 중소기업 경영자와 임원이라면,마케터의 시각에서 전략을 짜보지 않은 이라면 꼭 봐야 할 책이다.
조영탁 < 휴넷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