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원주대, 영어강의 아웃소싱…주 5시간 '원어민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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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업체 '벌리츠' 프로그램 접목강원도 강릉시 강릉원주대 글로벌 e-존 건물.영국의 도시 이름을 딴 '런던' 강의실에서는 멀티미디어 기기를 통해 팝송 'Fly Me to the Moon'이 흘러나왔다. "별 사이를 날아다니고 싶다는 꿈을 노래한 것입니다. 여러분의 꿈은 무엇이죠?" 원어민 강사 켄트씨가 자신의 꿈을 영어로 소개할 것을 주문하자 학생들은 막힘없이 답변을 쏟아냈다. 수업 모습을 지켜보던 한송 강릉원주대 총장은 "강릉에 영어 교육 시설이 변변치 않아 원어민과 대화할 기회를 얻기 힘들던 학생들이 점차 영어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입생 603명 수강…학점까지 이수
강릉원주대는 지방 국립대 중 처음으로 영어 몰입교육 도입을 선언했다. 대학이 사교육업체에 영어 강의를 위탁(아웃소싱)하는 방식으로 강의가 이뤄지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학력이 검증된 강사의 선발 · 관리와 수업 진행,시험,학생 평가까지 모든 과정을 사교육업체가 한다. 학교 측은 지방인 강릉까지 원어민 강사를 '모셔와'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게 됐다.
다국적 영어교육 회사인 벌리츠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프로그램을 강릉원주대에 접목했다. 때문에 수업 내용이 벌리츠가 자체 운영하는 어학원에서 듣는 영어 수업과 큰 차이가 없다. 서울 강남센터에서 듣는다면 매달 30만원 정도 들지만 강릉원주대 학생들은 한 학기분 교재비 3만원만 내면 된다.
영어 몰입 강좌에는 올해 신입생 2100여명 중 레벨 테스트를 거친 603명이 우선 수강하고 있다. 이들은 평일 하루 1시간씩 원어민 강사의 정규 수업을 듣고 주 1회 이상 특별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평소 원어민 강사를 접하기 어려웠던 비수도권 학생을 중심으로 반응도 좋은 편이다. 신입생 함혜림씨(해양생명공학과)는 "소그룹 수업인 데다 멀티미디어 교재도 다양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유학 경험이 있는 신지아씨(체육학과)는 "해외에서 받았던 영어 교육과 수업 방식이나 품질이 똑같아서 효과가 높을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영어 수업을 학교 구성원이 아닌 외부 사교육업체에 맡기는 데 대한 부정적 반응도 일부 있었지만 한 총장은 "교육 소비자인 학생이 원하는 대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며 일축했다. 국내에선 아직 낯설지만 일본에서는 게이오대 등 10여개 대학에서 영어 몰입 강의를 외주업체에 맡기고 있다.
강릉=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