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상을 해석하는 눈' 상품을 작품으로 만드는 비결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 | (재)아름지기 엮음 | 북노마드 | 256쪽 | 1만4500원
"완당의 글쓰기를 보면 때론 즉흥적으로 손 가는 대로 써내려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완당이 글씨를 쓸 때 얼마나 피눈물 나는 장인적 수련과 연찬을 보였는가는 범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완당은 '칠십평생에 벼루 열 개를 밑창 냈고,붓 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그런 연찬과 수련 속에서 추사체가 나온 것이다. "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우리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에서 장인정신의 요체를 이렇게 설명한다. 무엇이든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와 노력이 바로 장인정신이라는 것이다. 대량생산 시대에도 예술가들의 작품이 빛을 발하는 건 바로 이런 정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비영리단체 아름지기가 연 강좌의 내용을 엮은 것으로,현재를 살아가는 장인들에게 장인정신이란 무엇인지 묻고 그 답을 담았다. '우리 시대의 장인'으로 꼽힌 유홍준(문화유산) 김영일(소리) 배병우(사진) 정구호(디자인) 김봉렬(건축) 조희숙씨(음식)는 각기 자신의 분야에 관련된 장인정신을 설명한다.

국악전문 음반사 악당(樂黨)이반의 김영일 대표에게 장인이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듯 내 영역을 보고 내가 하는 일을 나 자체로 생각하는,즉 '심관(心觀)'한 사람이 바로 장인이라는 것이다.

배병우씨는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라며 "장인이 된 사람만이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 자신의 해석을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조희숙씨도 "음식을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며 "음식을 받아들이는 느낌,맛,담아내는 법 등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봉렬씨는 "앞으로 장인이란 한 분야에 집중해 그 능력을 발휘하는 것만으로는 담보할 수 없다"며 미래지향적 장인의 자세를 주문한다. 폭넓은 경험과 안목을 가지고 선구안이 뛰어난 사람을 더 요구하게 될 것이고,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많은 창조행위들의 핵심을 통찰하고 그것들을 선택 ·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게 요구될 것이라는 얘기다.

또 디자이너 정구호씨는 "대량생산 사회에서 장인의 존재가 의미를 지속하고 살아남으려면 그가 만드는 제품을 넘어 그것을 둘러싼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며 장인을 알아보는 문화적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