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수요 맞춰 학제개편…성대 "융복합학과 신설"

대학가 구조조정 바람
중앙대, 취업률 낮은 어문계 통폐합
동국대.숙명여대, 성과따라 정원 감축
상명대, 학생지도도 교수평가에 포함
대학가에 구조개혁 바람이 거세다. 학문 단위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없는 학과가 통폐합되거나 새로운 학과가 생겨나고 있다. 성과 측정을 통해 정원이 줄어든 학과가 생기는 반면 취업이 잘되고 졸업생을 선호하는 학과는 정원이 늘어나고 있다. 강의 평가에 이어 연구 실적과 학생 지도 등을 종합한 점수를 매겨 교수 개개인의 순위를 공개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경영식 구조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경쟁력 없는 학과 통폐합1일 대학가에 따르면 삼성그룹에 인수된 이후 대학 개혁에 불을 지폈던 성균관대는 올해 제2의 도약을 선언한다. 세계 100위권 대학을 목표로 내세웠던 '비전 2010+'가 올해 종료됨에 따라 새로운 목표를 담은 '비전 2020'을 8월 발표할 예정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교과의 흐름이 달라지는 만큼 융복합형 학과,산학협력이 잘되는 학과 위주로 개편이 이뤄지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그동안 삼성그룹과 연계해 석사과정인 휴대폰학과,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학과,두바이학과로 불리는 초고층 장대교량학과,보험금융(MBA) 계약학과 등과 학사과정인 반도체시스템공학 전공을 운영해왔다. 이들 학과 졸업생 가운데 취업희망자는 100% 삼성그룹에 취직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공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응용학문을 접목시키는 학과 위주로 융복합 학과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에 이어 대기업인 두산이 인수한 중앙대 역시 학문 단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현행 18개 단과대학 77개 학과(부)로 구성된 학문단위를 10개 단과대학과 46개 학과,61개 모집단위로 재편하는 게 골자다.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어문계열 학과들이 학부로 통합되는 반면 공대에는 융합공학부가 신설될 예정이다. 경제학과와 광고홍보학과는 경영대와 합쳐 경영경제대학으로 확대된다. 중앙대 관계자는 "학령 인구 감소로 몇 년이 지나면 대학 입학자가 줄어들게 돼 대학으로서도 살아남을 학문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과에 따라 정원 조정

숙명여대도 최근 학과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행 19개 학부 · 6개 학과를 15개 학부 · 32개 학과로 바꾸며 학과별 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을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숙명여대는 이번 학기부터 3년마다 종합평가를 통해 전체 정원 2278명의 10%에 해당하는 230명가량을 학과별로 재배정한다. 학과평가는 연구 업적,강의 평가,봉사 실적 등 학과 교수진의 성과와 학생역량 성취도 등을 통해 이뤄진다.

이에 앞서 동국대는 2008년부터 매년 학과별 평가에 따라 정원을 조정하는 '상시정원관리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평가 기준에는 학생 재학률뿐 아니라 졸업생의 취업률과 대학원 진학 실적 등이 주요 요소로 포함된다. 하위 15% 학과로부터는 자구노력 계획안을 제출받고,미흡할 경우 유예기간 없이 정원을 줄였다. 이 인원은 생명공학 · 정보통신 등 유망분야 전략학과에 재분배됐다. ◆교수 종합평가 성적 공개도

동국대는 강의 평가 횟수를 학기당 3회로 늘리고,학생들이 인터넷에서 점수와 등급을 열람할 수 있게 하는 등 성과 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08년 4.73 대 1이던 입시 경쟁률이 올해 5.97 대 1로 올랐다.

강의 평가만 공개하던 상명대는 지난해 12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교수 개인별 업적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학생들의 강의 평가를 포함해 교육연구 실적과 봉사 실적까지 점수화돼 있다. 평가 기준을 보면 논문 발표와 서적 출간,공모전 수상,전시회 개최 실적 등 외부활동도 모두 계량화된다. 이 학교 관계자는 "업적 평가 공개 이후 교수들이 산학협력,대외협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성균관대도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교원 인사 평가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제를 도입한 중앙대도 4~5월 중 교수별 평가 기록을 낱낱이 공개할 예정이다.

임현우/정태웅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