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美강공에 침묵으로 일관…中 이번엔 엎드리나

이란 제재 방침에도 동참 약속
환율조작국 지정 앞두고 몸사려
연일 계속되는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해 중국은 일단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기로 하는 등 앞서 미국과 강경하게 대립하던 것에서는 한발 물러나는 모습도 보인다. 전문가들은 오는 15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등 큰 고비를 앞두고 있어 일단 몸을 사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달 31일 USTR가 중국의 시장 폐쇄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강하게 비판한 데 대해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비슷한 시간에 베이징에서 개최된 양국의 고위급 회담에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공격' 대신 '이해와 협조를 부탁'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 미국 민주 · 공화당 인사가 참석한 이날 회담에서 왕 부장은 "긍정적이고 협력적이면서 포괄적인 21세기 중 · 미관계 건설을 위해 양측이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양자관계를 다루고 서로 존중하며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적인 발언이긴 하지만 서로가 대립을 피하자는 강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그동안 미국에 대해 맞공격으로 나서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이란 제재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이 달라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 제재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데 동의했다. 그간 보여왔던 무조건적인 반대의사를 접는 대신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6개 주요 국가가 함께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입장이 달라졌다는 확실한 신호가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제재 내용이나 형식 등에 대해 완전한 의견 일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중국이 의미 있는 이란 제재에 발걸음을 함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물론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확증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다만 오는 15일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몸을 움츠리는 모습은 역력하다. 인민은행의 새로운 통화정책위원으로 최근 임명된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9월까지 위안화를 3% 이상 절상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지난달 21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2010년 중국개발포럼(CDF)에 참석한 외국 기업인 60명과 만난 자리에서 "오는 5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 · 미 전략경제대화가 양국에 매우 중요하며,갈등과 문제를 푸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환영하며 앞으로 미국 상품을 더 많이 수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도 "소음을 내지 말고 조용히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베이징 외교 전문가는 "미국의 강공드라이브에 맞서던 전략을 바꾼 것은 맞지만 소나기를 피해 가자는 전략인지,미국과 대립구도가 부담스러워 기본 태도를 바꾼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