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지분 매각 서두르는 속사정

올해 금융권의 최대 관심은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다. 정부가 10년이나 시간을 끌면서 지지부진하던 민영화 작업은 최근 금융당국에서 상반기 소수지분 매각을 마무리 짓고 하반기 지배 지분 매각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마무리짓는다는 원칙 아래 금융산업 발전방향,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고려한 매각을 추진해 왔다. 구체적으로 우리금융 산하 지방은행인 광주은행·경남은행 등 자회사 분리매각, 다른 금융회사와 인수합병, 분산매각 등 다양한 지배지분 매각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지분의 분산 매각이 어렵기 때문에 합병 방식을 통한 민영화가 유력하지만 합병 과정에서 특정 은행과의 짝짓기 개입 등 관치금융 논란도 일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 민영화 성공 여부는 내년에 이뤄질 산업은행 민영화 등 금융산업 재편을 좌우하기 때문에 금융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놓고 '우리-하나', '우리-KB' 등 금융사간 인수합병(M&A)설 또는 대등합병설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떠돌고 있다. 그동안 민영화 작업이 지지부진한 탓에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일면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 "우리은행 민영화의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매각하는 것이지만 시장에서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합병설이 나오는 것"이라며 "매각이 안 될 경우 합병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진 위원장은 평소 '3~4개 기관투자가나 사모펀드(PEF)가 우리 금융을 인수해 균형된 소유구조로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해왔다. ◇ 우리금융 지분, 왜 팔아야 하나 정부는 2001년 3월 우리금융그룹 출범과 함께 금융지주회사법에 '4년 내 매각'이라는 의무조항까지 만들면서 "4년 내에 반드시 민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05년 3월이 되자 매각시한을 3년간 연장했고, 2008년 3월엔 매각시한을 아예 없애버렸다. 우리금융지주는 2001년 4월 한빛은행(현 우리은행)과 평화·광주·경남은행, 하나로종합금융 등 5개사를 합쳐서 출범했다. 이후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등 6개사가 추가돼 11개 자회사를 거느린 금융그룹이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총자산 약 318조원, 자기자본 13조7천억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금융지주회사이기도 하다. 현재 정부 지분율은 증권거래소 상장과 세 차례 소수지분 매각, 증자 등을 거치면서 65.97%로 낮아졌다. 2002년 6월 상장하면서 11.8%를 처분했고 이후 블록세일을 통해 지분을 줄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회수한 공적자금은 배당금 9708억원을 포함해 4조881억원이다. 투입원금 12조7663억원의 32%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서둘러 추진했다. 표면적으로는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한 은행권 재편을 표방했지만 4대강 사업 등 예산 수요가 늘어난데다 급격히 불어난 정부부채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공적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다. 정부 계획은 65.97% 가운데 지배지분(50%+1주)을 제외한 15.97%를 블록세일 등을 통해 먼저 매각하고 지배지분도 가급적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15.97%를 한 번에 매각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블록세일은 두번 이상 해야 할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우리금융 경영진은 블록 세일을 한 차례로 끝내기 위해 지분 6~7%를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금융시장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외치면서도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매각은 지난 10년 동안 소수 지분 20%를 시장에 매각했을 뿐 회사의 경영권 행사에 충분한 지배지분(50%+1주) 매각은 지지부진했다. ◇ 탄력받는 우리금융 소수지분 매각 최근 우리금융 주가가 오르면서 당초 계획했던 매각 적정선을 넘어서자 정부의 우리금융 소수지분 매각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금융 소수지분을 빠르면 4월초에 보유지분을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시기와 물량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가 우리금융 소수지분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는 지난해 11월 블록딜 이후 '지분매각금지'가 끝난 2월24일 이후 지지부진하던 우리금융 주가가 오르는 점도 있지만, 지금 기회를 놓치면 오는 5월로 예정된 삼성생명 상장으로 블록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각 주간사들도 예보와 공자위에 자문을 해주면서 삼성생명 상장 이전에 블록딜이 성사돼야 한다고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장에서 이번 우리금융 블록세일이 마지막으로 예상되는 만큼 저가에 매수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견해다. ◇ 주가 오를 때 서둘러 팔자 주가 측면에서도 삼성생명 상장 이익(약 3,500억원)과 하이닉스 지분 매각 이익(약 2,000억원) 등으로 1분기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금융 주가의 추가 상승이 기대되는 만큼 4월 안에 블록세일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학수 이트레이드증권 수석연구원은 "하이닉스와 삼성생명 지분 매각 이익은 모두 6000억~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우리금융의 자사주 매입이 가시화될 경우 6000억~7000억원의 자금은 인수대금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여 일회성 이익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한 우리금융이 주채권은행인 건설사와 조선사의 구조조정이 4월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가 조정이 들어가기 전인 4월 초에 블록세일을 실시해야 한다는 견해도 우세하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부터 건설사와 조선사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우리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등 수익성 악화 부분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향후 우리금융의 주가 조정이 예상되기 때문에 블록세일을 조속히 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물량은 최소 7%(5,642만주)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매각 물량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난해 11월 매각 당시 최소 매각 물량을 4%로 정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매각물량을 7%까지 확대 시킨 것처럼 이번 블록딜도 비슷한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각 가격은 3월 31일 종가 16,600원에 지난해 매각할 때의 할인율 4.36%를 그대로 적용하면 주당 15,876원이다. 주가조정을 감안한다 해도 14,000~15,000원대는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우리금융 주가는 지난해 11월, 3차 블록세일 당시 종가인 16,050원 보다 높기 때문에 유리한 입장에서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8,660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으나 이날 종가에 당시의 할인율과 물량을 그대로 적용하면 8,957억원으로 297억원가량을 더 거둬 들이게 된다. 이에 따라 예보와 공자위는 공적자금 회수규모가 더 늘어나 '헐값매각'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차희건기자 hgch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