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움직이는 청와대의 '은밀한' 두 곳

서별관,
경제정책 수장들 참석 '도시락 회의'
금융위기ㆍ세종시 등 핵심현안 조율

지하벙커,
일명 '워룸'…국가위기 상황때 가동
핫라인 통해 안보…재난 실시간 파악
매주 화요일 점심 때만 되면 대한민국의 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인사들이 청와대 서별관에 모인다. 1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참석자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금융위원장,청와대 경제수석 · 국정기획수석 등이다. 회의 정식 이름은 '거시경제정책협의회'.장소 이름을 따 '서별관 회의'로 더 익숙하다. 도시락을 먹으며 경제 현안을 논의한다고 해서 '도시락 회의'로도 불린다. 서별관은 청와대 영빈관 옆 조그만 건물로 다소 외진 곳에 있다.

지난달 26일 저녁 9시40분쯤 청와대 지하벙커에 위치한 국가위기상황팀에 긴급 전화벨이 울렸다. 군 당국으로부터 백령도 인근에서 해군 초계함이 가라앉는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관련 내용은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15분 만에 긴급안보장관회의가 열렸다. 지난해 초 금융위기 대처를 위한 비상경제상황실이 설치된 장소도 이곳이다. 서별관과 지하벙커.청와대의 은밀한 두 곳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명실상부한 '경제 · 안보 컨트롤 타워'다. 경제 정책 수장들이 왜 서별관에서 회의를 할까.

무엇보다 보안 유지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별관은 청와대 직원들이 근무하는 비서동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어 핵심 관계자 이외엔 회의가 열리는지조차 알 수 없다. 정부 부처나 시내 호텔 등을 이용하면 도청 우려도 있다. 때문에 '안가'가 없어진 김영삼 정부 이후 비밀스러운 국가 중대사를 이곳에서 논의하곤 했다.

국민의 정부 땐 여기서 굵직굵직한 국가대사(大事)들을 결정했다. 기업 금융 공공 노사 등 4대 부문 구조조정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2002년 10월 국회 청문회에서 당시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이 대북 자금 지원 문제를 비밀리에 논의했던 곳이라고 밝히면서 일반에 알려졌다. 국민의 정부에선 또 이 회의를 통해 대우자동차 부도,대형 은행 매각,하이닉스 반도체 문제 등에 대한 처리 방향을 결정했다. 참여정부 때 당 · 정 · 청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11인 회의'가 서별관에서 자주 열려 야당과의 연정,개헌 문제 등 극비 정치 현안을 협의했다. 현 정부에선 경제 금융위기,세종시,4대강 사업 등 핵심 국정현안이 회의 테이블에 올라온다.

지하벙커는 청와대 내 비서동 인근 지하에 있으며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3공화국 때 방공호로 이용해 오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지진이나 해일,대형산불을 비롯한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안보,각종 재난사고 등 국가적 위기상황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국가정보원 및 군,경찰 등과 화상교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며 위기 발생 땐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에서 운항하고 있는 항공기나 선박,원전 가동정보 등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지하벙커는 약 40평 남짓한 면적에 상황실을 겸해 25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공간,사무실,기계실과 당직실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