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휩쓰는 기상이변…설탕·보이차·콘돔 값까지 '들썩'

中 마오타이주 폭등…태국산 천연고무 58년만에 최고가
인도 코카콜라 20% 인상…커피시장 브라질 기후에 촉각
중국 최고의 명주 중 하나로 알코올 53도의 마오타이(茅台)는 고급 연회석에서나 선보이는 최고급 술이다. 마오타이주를 생산하는 중국 서남부의 구이저우(貴州)성 마오타이진(鎭)의 비상사태가 길어지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농업용수가 바닥나 원료인 수수 농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술공장 200여곳이 문을 닫았다. 충칭만보는 "생산량이 절반으로 뚝 떨어져 하반기엔 전세계에 유통되는 마오타이주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마오타이만이 아니다. 지구촌의 기상이변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각종 기호 상품 가격이 들썩거리고 있다. 동아시아의 가뭄으로 농산물 재배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고무와 차(茶),콜라 가격까지 치솟았다. 미국 플로리다에선 이상 한파로 토마토 밭의 70% 이상이 냉해를 입어 가격이 폭등하자 버거킹과 하디스 등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결국 햄버거에서 토마토 토핑을 뺐다. 기상 이변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면서 원자재 가격도 출렁거리는 경우가 더 잦아졌다.

◆인도, 가뭄으로 콜라가격 20% 올려


최근 100년 이래 최악의 상황인 중국 서남부 지역의 가뭄은 차 생산에도 직격탄을 던졌다. 중국 최대의 보이차 산지인 윈난성 차밭의 차나무 5만그루가 고사하는 등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지의 차 도매가격은 2배씩 뛰었고 보이차는 품귀현상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설탕가격도 마찬가지다. 윈난성의 사탕수수 재배 면적 중 60%가 가뭄 피해를 당해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30% 줄어들 것이라고 현지언론들이 전했다. 이에 따라 관련제품 가격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인디아타임스에 따르면 가뭄으로 인도의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을 겪으며 최근 설탕값이 급등하자 코카콜라는 300㎖짜리 캔제품 가격을 10루피에서 12루피로 올리는 등 콜라업체들이 일부 품목 판매가를 20%까지 인상했다.

가뭄은 태국의 고무 생산량도 줄였다. 지난달 31일 태국산 천연고무 가격은 ㎏당 3.52달러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고무 가격이 ㎏당 3.50달러를 넘어선 것은 1952년 이후 처음이다. 쿠알라룸푸르 천연고무생산국협회의 좀 제이콥 연구원은 "태평양 열대지역의 수온 상승 때문에 태국 북부에 가뭄이 닥쳐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며 "타이어와 콘돔 등 고무제품 관련업체의 구매담당자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이변,오렌지 선물값도 올려세계 와인시장에선 칠레 지진도 계속되는 변수다. 지진으로 칠레 남부 포도밭의 전기공급이 끊겨 작황이 나빠진데다 와이너리의 제조 탱크가 파손됐고 항만과 도로까지 파괴됐다.

김지예 와인나라 대리는 "급격한 가격 변동은 없으나 지금 발주한 와인이 수입되는 5월쯤 되면 칠레와인 수량이 부족해지고 대안으로 호주나 스페인 등지의 저가 와인이 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기상이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가격이 미리 들썩거리는 경우도 잦아졌다. 세계 2위 오렌지 생산지인 미국 플로리다의 기온이 평년보다 낮아지자 전문가들은 오렌지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오렌지주스의 선물 가격은 전년대비 2배 이상 뛰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세계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올해 날씨가 예년보다 추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커피가격 상승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FT는 한 커피업체 담당자의 인터뷰를 통해 "이상 기온으로 브라질 커피 농가에 서리 피해가 발생한다면 6~8월 뉴욕 상품거래소의 커피 선물가격은 파운드당 1.4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