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D-1]삼성 LG의 대응은?


미국 현지에서 아이패드 출시가 임박함에 따라 전 세계 IT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의 대응 전략 또한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태블릿PC 출시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반면 LG전자와 삼보컴퓨터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일 “태블릿PC 출시에 대해 방침을 정한 바가 없다”면서 “아이패드가 출시되면 이후 시장의 상황을 보고 성공여부를 판단한 뒤 계획을 정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15일(현지시간) 호주의 IT 전문지인 APC 매거진이 삼성전자가 슬레이트PC(태블릿PC의미)를 하반기에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PC 매거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기술포럼에 참석한 삼성전자의 필립 뉴턴 호주 IT 부문 대표는 APC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아이패드에 대항할 ‘슬레이트 PC’를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것”이라며 “이는 기존 태블릿 PC에 비해 훨씬 빠르고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도 2월 스페인에서 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래스)2010에서 “애플 아이패드는 PC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삼성전자도 태블릿PC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대응하겠다’는 말은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 시장을 보고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설명이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태블릿PC를 연내에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정확한 콘셉트나 방향을 정한 것은 아니고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논의 중이다”고 설명했다.

안승권 LG전자 사장은 올 초 “태블릿PC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영향력 있는 글로벌 미디어 업체들과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보컴퓨터도 한글과컴퓨터와 손잡고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새로운 개념의 태블릿PC를 상반기 중 내놓겠다고 지난 달 1일 밝혔다. 삼보컴퓨터가 발표할 TG태블릿PC(프로젝트명)은 ARM 프로세서를 탑재하며 7인치와 10인치 두 가지 모델로 나올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아이폰에 밀려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뺏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태블릿PC 시장에서도 또 다시 아이패드에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아이패드가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후속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은 뒤늦은 대응”이라면서 “아이패드에 맞서기 위해서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IT기업인 HP와 MS도 아이패드에 대항할 태블릿PC를 속속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HP는 이르면 상반기 중 태블릿PC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는데, 애플이 ‘태블릿PC’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것과 달리 ‘슬레이트’라는 말로 차별화를 두고 있다. 슬레이트는 아이패드와 같이 키보드가 없고 얇은 사각 패널을 가진 태블릿 PC의 다른 표현이다.

HP는 최근 웹사이트에 슬레이트와 관련한 티저광고, 활용법 등의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HP는 특히 슬레이트가 윈도7기반이며 어도비플래시를 지원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어도비 플래시 플레이어는 인터넷 동영상의 75%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이패드에서는 구현이 안된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MS는 양쪽에 7인치 화면을 달아 책처럼 접을 수 있는 태블릿PC ‘쿠리어’를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최근 IT전문 사이트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두 개의 스크린에 손가락과 스타일러스 펜을 각각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또 아이패드처럼 화면 안에 키보드 기능이 들어가 있는 대신 펜으로 메모한 뒤 손가락 터치를 이용해 옆 화면으로 넘겨 특정 사이트 업로드나 이메일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구글도 자체 웹브라우저 ‘크롬’을 기반으로 한 태블릿PC를 올해 안에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