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대학ㆍ연구소가 中企 '코디'로…글로벌 강자 만들어야
입력
수정
'한국형 히든 챔피언' 육성 좌담
사회: 김낙훈 중기 전문기자
정부는 최근 '세계적 전문 중견기업 육성전략'을 내놨다.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키워 글로벌 챔피언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중견기업 300개를 육성하는 'World Class 300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뤄내 독일의 히든챔피언과 당당히 경쟁하는 산업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은 '한국형 글로벌 히든챔피언'을 만들기 위한 액션플랜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서울 반포동 메리어트호텔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회는 정재훈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정책관,김성국 이화여대 교수,송영태 이화다이아몬드공업 사장,전현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낙훈 중소기업 전문기자의 사회로 진행됐다. ▼사회=최근 발표된 '세계적 중견기업 육성전략'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크다.
▼정재훈 지식경제부 국장(산업경제정책관)=산업의 허리격인 중견기업을 육성해 글로벌 챔피언으로 키우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졸업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최저한세는 연차적으로 서서히 늘려 갑작스런 부담을 줄여주고 은행이나 보증기관도 중소기업 때와 마찬가지로 그대로 이용하도록 할 것이다.
▼송영태 이화다이아몬드공업 사장=중기를 졸업하는 순간 7%였던 최저한세가 유예기간 3년 종료 뒤 10~14%로 뛴다. 금융기관 거래도 추가담보와 대출이자율 상승 등으로 부담이 커진다. 연구개발 세액공제액도 6%에서 3%로 낮아진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분사 등을 통해 중소기업 범주에 남아 각종 혜택을 받으려고 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히든챔피언이 나오지 않았다. ▼김성국 이화여대 교수=중소기업으로 남는 이유는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이 없어서다. 사실 금융 세제 연구개발(R&D) 등 3대 영역에서 중소기업으로 잔류하는 게 이득이다. 독일은 연구소가 일대일로 책임지고 성과낼 때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수준 높은 연구소와 대학이 많음에도 그렇지 않다. 따라서 지역 중소기업과 지역 대학 및 연구소가 연계해 향토 중견기업을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현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가업승계 때 공제를 받더라도 기업규모에 따라 경영권에 영향받을 수 있다. 기업 지배구조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또 중소기업일 때 원청업체로부터 60일 내에 지급받던 납품대금이 중견기업이 되면 120~150일 늦어진다. 이러한 하도급 거래관계를 개선해 자금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 국장=하도급 문제는 전체틀을 뜯어고쳐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거래 자체를 수평화해야 맞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부처와 협의해 중장기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 ▼김 교수=독일의 중소기업은 세계적인 특허나 노하우를 가지고 특정 대기업에 납품하다 점차 전 세계로 거래선을 넓힌다. 창업 · 성장 · 확장단계로 구분하고 정부 지방자치단체 연구소 등 모두가 협력해 중견기업의 발전을 꾀한다. 독일 의료장비시스템 업체 드래거는 뤼벡이라는 시골에 있으면서도 자체 기술력과 지자체의 지원,우수인력 확보,자본력 등 4박자가 어우러져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사회=그래도 중소기업에 잔류하려는 기업이 많을 것 같은데.
▼정 국장=이번 중견기업 지원책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간 문턱'을 없애는 것이다. 앞으로 인위적인 기업규모 축소를 통한 잔류는 없어질 것이다. 중소기업 때보다 더 좋은 지원책이 계속 마련된다. 우선 중견기업들이 우수연구인력을 활용하도록 '출연연 연구원파견제도'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이달 중 낼 예정이다. 연구인력은 중견기업에서 뽑고 연구인력의 소속은 출연연구소에 두는 형태로 3~5년간 기업을 위해 연구하는 방식이다. 급여도 70%를 국가가 지원한다. 업무종료 시 출연연구소로 복귀하거나 희망에 따라 기업에 입사해도 된다.
정리=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