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감동 방송광고] 대림산업 e편한세상‥과장 광고에 지친 소비자들…'10cm 진심'에 꽂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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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포장지를 보면 어떤 라면이든지 군침이 돌 정도로 맛깔나게 요리된 사진이 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끓여 먹는 라면은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라면 회사에 항의 한번 못하는 이유는 라면 포장지 귀퉁이에 작게 '조리예'라고 표시가 돼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맛있게 보이는 라면 봉지를 보며 광고와 현실의 차이에 무감각해진 소비자에게 라면이 아닌 아파트를 팔아야 한다면 광고 담당자들은 어떤 관점에서 출발해야 할까?
평범한 광고 회사라면 아파트에서도 '조리예'를 근사하게 만들고,보통 이상의 광고 회사라면 이런 틀을 아예 벗어나 보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평범한 광고회사는 높은 몸 값의 광고 모델을 기용해 아파트 정원을 달리게 하거나 한반도에 있기 어려운 화려한 궁전을 자기네 아파트인 것처럼 광고하는 해법을 제시했다. 웬만해서는 눈길을 주지 않는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치장의 끝을 내달리는 메시지들이었다. 물론 그것들도 성공적인 광고의 범주에는 든다. 아직 조리예를 보고 라면을 사는 사람이 적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이렇게 '오버'한 아파트 광고도 평범하게 되어버린 아이러니에 갇히게 됐다. 세상은 늘 작용과 반작용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광고와 같은 작은 세계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균형이 무너지고 다시 추스르는 타이밍을 남보다 먼저 알고 대응하는 능력이다. 그런 면에서 e편한세상의 '진심이 짓는다' 광고 시리즈와 그것을 기획한 사람들은 보통의 범주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틀에 박힌 아파트 광고에 대한 저항을 감지하고 새로운 메시지로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런데 틀에 박힌 것에 대한 저항이 의외로 아주 '보통의 답'이었다. 바로 집 짓는 사람들의 '진정성'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모든 건설업계 종사자들 중에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술자들의 진정성은 당연한 것인데 이렇게 당연해야 할 것이 새롭게 들린다. 소비자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 시점을 잘 맞춰 감각적으로 메시지를 표현한 결과다.
우선 소비자가 변화했다는 점이 광고가 성공한 비결이다. 부동산 침체기인 지금 투자의 목적보다는 실제 자신이 살 집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유명 탤런트가 옆집에 살면 집값이 올라가지나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내 몸이 더 편한 집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문제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무엇부터 고민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광고는 이 점을 잘 파고들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하는 제품 중 가장 비싼 품목인 아파트에 웬 10㎝를 강조했을까? 시큰둥한 사람이라면 주차장이 10㎝ 넓어진 것은 '자동차가 그만큼 커졌으니까' 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메시지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을 자랑하는 대신 집 짓는 사람들의 진정성이라는 테마로 크게 엮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10㎝ 이전에 집을 짓는 사람들의 진정성이라는 부분에 공감을 하게 되며 광고가 끝난 후에도 메시지가 머리에 남게 된다. 바로 '10㎝'라는 유형의 메시지와 '진심'이라는 무형의 메시지다. 이 점 또한 전략적으로 구축된 메시지 전달 방식이다.
이렇게 건축물처럼 잘 구축된 광고는 또 하나의 여운을 남긴다. 단순히 e편한세상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아파트에 대해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거의 강박에 가깝다. 은행 대출의 70%가 주택담보대출인 게 그 증좌다. 아파트를 이야기 할 때는 살기 좋냐는 말보다 얼마냐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아파트 본연의 가치가 교환의 가치로 전도돼 버렸다. 내 집을 두고 항상 교환할 일만 생각하고 산다면 과연 '보금자리'라는 말은 의미가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 이 광고를 보고 나면 집에 대한 생각은 다시 본연의 가치로 판단돼야 한다는 여운이 잔잔히 남는다.
광고는 시대를 반영한다. 그래서 '진심이 짓는다' 광고가 지금은 좋은 광고로 다가오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광고하지'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변화를 감지하고 때를 기다릴 줄 알며 적기와 마주 섰을 때 준비된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 이럴 경우 비로소 성공한 광고의 기본 요건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설계하는 것은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전준성(광고칼럼니스트 · 이글루커뮤니케이션즈 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