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월드] 아이패드 써보니…신문·잡지 보는데 최적의 기기

사진 터치하면 동영상 나와
미국에서 애플이 아이패드를 발매한 4월3일.아침 일찍부터 유난을 떨어 보스턴 집 근처에 있는 애플스토어로 갔다. 열성적인 미국 얼리어답터들과 함께 한시간쯤 기다린 끝에 그토록 갖고 싶었던 아이패드를 손에 넣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1월27일 아이패드를 공개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다. 얼리어답터나 정보기술(IT) 마니아층의 반응은 차가왔다. 새로운 게 없고 '자이언트 아이팟터치'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반응은 극단으로 갈렸다. 스펙이 기대에 못 미쳐 실망했다는 여론도 있었고,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컴퓨터가 될 것이라는 여론도 있었다.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지난 2년반 동안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혁신적인 터치 인터페이스에 매료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이패드가 '자이언트 아이팟터치' 이상의 무엇이라고 믿었다. 아이패드를 사용해 보면 느낌이 어떨지 궁금했다. 한 시간이라도 빨리 구매해서 사용해보고 싶었다. 아이폰이 그렇듯 아이패드도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반응속도가 아이폰보다 빠르고 터치감이 좋았다. 보기 편한 화면도 인상적이었다. 쾌적하게 웹서핑을 즐기고,드라마 영화 등 동영상을 즐기고,신문 잡지를 읽고,책을 읽는 등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있어 최적의 기기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이패드를 써보면서 '터치 인터페이스'가 가장 쉬운 방식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 아이폰을 통해 많은 분들이 '터치'가 직관적이고 쉬운 인터페이스라고 느꼈을 것이다. 아이패드도 마찬가지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만질 필요 없이 화면에 손가락을 대기만 하면 된다. 와이어드의 스티브 리비의 말처럼 아이패드는 어렵다는 느낌을 주는 '컴퓨터'란 용어를 사라지게 할지도 모른다. 아이패드에도 단점은 있다. 일단 무겁다. 노트북 컴퓨터로는 가볍지만 책이라고 생각하면 무겁다. 한 손으로 들고 있으면 팔이 아프다. 받침대 없이 계속 들고 보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다. 카메라도 없다. 스카이프 화상통화를 하면 최적일 텐데 아쉽다. USB 단자가 없어서 카메라 등 주변기기와 연결하기도 쉽지 않다. 스티브 잡스는 제품을 단순화하기 위해 이런 걸 생략했는지 모르겠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한글 입력이 안된다는 게 특히 안타까웠다. 웹서핑이나 이메일 등을 하면서 한글을 문제없이 읽을 수는 있지만 입력할 수는 없다. 앞으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할 때 한글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우선 미디어 업계에 미치는 파괴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를 통해 종이지면과 비슷한 느낌의 뉴욕타임즈,월스트리트저널 앱을 실행해 보면 종이신문을 구독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면 속 사진을 터치하면 동영상이 돌아가고 자동차 광고를 터치하면 자동차가 지면을 뚫고 달려나간다.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 신문같다. 아이패드에 ABC 방송 앱을 설치하면 로스트 등 인기 미국 드라마 최신 에피소드를 무료로 볼 수 있다. 동영상은 공짜로 제공하고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넷플릭스 앱을 설치하면 유료회원의 경우 온라인으로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다. 타임,GQ 등의 잡지는 최신호를 아이패드 앱으로 공급을 시작했다. 마블코믹스 등은 만화 앱도 선보였다.

한 마디로 아이패드 발매 첫날부터 볼 만한 콘텐츠가 흘러넘쳤다. 앞으로 몇달 안에 아이패드 콘텐츠는 지금의 몇 배 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다. 아이패드의 특성에 맞춘 더더욱 혁신적인 앱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러면 아이패드는 필연적으로 사람들의 시간을 기존 매체에서 빼앗아 갈 것이다. 미디어 업계는 이런 혁명적인 변화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런 변화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날 것이다. 병원에서 의사들이 진료기록 차트를 아이패드 같은 터치 디바이스에 담아서 들고 다니고,매장 판매원들이 아이패드를 이용해 즉석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하고 고객의 손가락 사인을 받는다고 상상해 보라.누가 뭐래도 이제 주도권은 소프트웨어로 넘어갔다. 결국은 소프트웨어에서의 창의성이 승부를 판가름하는 시대가 됐다. 바다 건너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아이패드가 가져올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방심하고 있으면 아이패드가 금세 한국 시장을 석권해 버릴 수도 있다. 아이폰이 그랬지 않은가.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 /트위터 @estima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