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오를 배워라] 모니터 사업 잔뼈…'반값TV' 대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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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비행기 추락사고 살아남아…윌리엄 왕 사장은
대만계 미국인인 윌리엄 왕 비지오 사장은 15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 하와이로 이민을 왔다. 1986년 남가주대를 졸업한 후 대만 회사인 타퉁 미국지사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모니터 기술지원부서 일을 하면서 TV 모니터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1990년 IBM 컴퓨터 모니터보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겠다며 MAG이노비전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26살의 겁 없던 젊은이였다. 당시는 컴퓨터 붐이 불던 호시절.사업 경험은 일천했지만 회사는 큰 문제없이 돌아갔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6년간 7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3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직원수가 400명이 됐다.
하지만 컴퓨터 시장은 더 이상 기술(technology)산업이 아니라 상품(commodity)산업으로 바뀌고 있었다. 백만장자 대열에 올랐던 왕 사장은 1990년대 말 모니터 시장이 극심한 가격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실패를 맛보게 된다.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던 그에게 엎친 데 덮친격으로 비행기 추락사고란 엄청난 일이 생겼다. 2000년 11월 타이베이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던 중 공항 구조물에 부딪쳐 두동강이 나면서 83명이 사망했다. 왕 사장은 대만에서 채권자들과 미팅을 마치고 LA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왕 사장은 96명의 생존자 중 한 사람이었다. 큰일을 겪으면서 사업은 별게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는 "낙천적인 성격은 그대로인데 인생을 보는 관점이 바뀌었다"며 "골프로 치면 어깨에 힘을 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왕 사장은 사고 이후 기존 사업을 접고 2002년에 집 담보금과 부모,친구에게 빌린 돈 60만달러를 갖고 비지오를 설립했다. 직원은 달랑 2명뿐.처음에는 PC업체 게이트웨이가 TV사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는 일부터 시작했다. 당시는 디지털TV의 태동기였다. 10년 넘게 모니터 사업을 하면서 디스플레이에 일가견이 있던 왕 사장은 TV가 디지털화되면서 모니터와 비슷한 부품이 사용되고 제조 공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PDP TV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왕 사장은 일반인도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값싼 PDP TV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42인치 PDP TV가 6000달러에 팔리던 시절 그는 게이트웨이 브랜드로 반값인 2999달러에 제품을 내놓았다. 결과는 대성공.여기에 고무된 왕 사장은 자신이 직접 TV사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2003년 미국 할인점 업체인 코스트코의 경영진을 만나 46인치 PDP TV를 3800달러에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경쟁사의 절반에 불과한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반값 TV'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코스트코는 한 달 만에 320대를 판매했다. 그 후 비지오는 코스트코의 가장 큰 TV 납품업체가 됐다.
왕 사장은 이듬해 TV 종류를 두 가지에서 다섯 가지로 늘리고 판매매장도 또 다른 할인업체인 월마트,샘스클럽 등으로 확대했다. 2006년 판매대수는 75만대로 전년보다 5배나 급증했고,매출액도 2005년 1억4200만달러에서 2006년엔 6억2600만달러로 불어났다. 2007년 2분기에는 미국시장에서 삼성과 소니를 제치고 수량 기준으로 LCD TV 점유율 1위를 기록,업계를 놀라게 했다. 2008년에 3위로 밀려났으나 지난해에는 592만대의 LCD TV를 팔아 점유율 18.7%(수량 기준)로 다시 1위에 올랐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