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금연 약속 지켜야만 4년간 장학금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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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재단' 설립 10주년"대한민국을 짊어지고 나아갈 젊은 인재를 양성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10주년이네요. "
"의지 강한 도덕적 인재 키울 터"
벤처 1세대의 대표주자인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사진)이 2000년 장학 및 학술지원 사업을 위해 설립한 '조현정재단'이 5일 10주년을 맞았다. 조현정재단은 벤처기업인 중에서는 처음으로 조 회장이 사재 20억원을 출연,설립한 장학재단으로 고교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사업과 대한의료정보학회의 학술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2000년 4월 서울 강남교육청의 설립허가를 받고 그해 1,2기 장학생을 한꺼번에 선발한 이래 올해 선발된 12기까지 총 190명의 장학생이 혜택을 받았다. 그동안 지급한 장학금 및 학술지원금은 14억760만원으로,전체 출연 금액의 70%에 이른다. 조 회장은 "장학재단을 운영하는 별도의 조직을 두지 않고 있어 인건비와 운영비 등의 지출이 없다"며 "수익금의 99% 이상을 장학 및 학술 지원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혜자는 담배를 반드시 끊어야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조건을 달았다"며 금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청소년기에 정한 약속을 끝까지 지켜갈 의지가 있는 도덕적인 인재를 선발,육성하겠다는 취지라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선발된 학생은 고교 2학년부터 대학 2학년까지 총 9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받는다. 장학생 선발은 고교 1학년 11월에 시행하는 수능모의고사 시험점수를 기초로 한다. 그는 "가정 형편이 어렵지만 우수한 성적을 올리는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며 "불우한 환경이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큰 인물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그동안 선발된 장학생들의 면면을 보면 재산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가정이 대부분이라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조 회장은 "꿈과 도전의식을 가진 '강인한' 인재로 성장하도록 장학금 수혜가 끝난 뒤에도 재단이 멘토 역할을 한다"며 "매년 갖는 전체 모임에 90% 이상이 참여해 선후배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등 결속력이 강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0년 1월 재단 설립 계획을 발표한 것이 도화선이 돼 많은 벤처기업인이 공익재단 설립안을 잇달아 내놓는 등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설립 당시의 초심을 지키며 묵묵히 후진 양성을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인하대 전자공학과 3학년 때인 1983년 직원 2명과 함께 450만원의 자본금으로 호텔 객실을 얻어 국내 대학생 벤처 1호로 창업한 뒤 병의원 · 약국 · 공공보건 관련 분야의 U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키웠다. 지난해 2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