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사기'에 대기업도 당했다

SK네트웍스, 컨설팅사 상대 36억 손해배상 소송
착수금 뜯기고 소유권 못얻은 中企 피해도 속출
SK네트웍스 같은 대기업이 해외 자원개발 투자와 관련해 사기를 당한 것인가. 최근 이 회사가 서울중앙지법에 낸 소송이 관련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소장의 요지는 석탄개발을 위해 인도네시아 쪽에 380억원가량을 투자했는데 돈만 떼인 것 같다는 것이다. 요즘 SK네트웍스처럼 해외자원 개발과 관련한 분쟁과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거품이 끼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5일 서울중앙지법과 KOTRA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해외 자원개발 컨설팅사인 국내 C사와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K사를 상대로 최근 36억여원 규모의 주식매매대금 반환 및 대여금 ·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SK네트웍스는 소장에서 K사의 인도네시아 유연탄(발열량이 높아 발전용으로 쓰이는 석탄)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 C사의 지분 13만2000주(약 230억원)를 취득하고 1300만달러(약 150억원)를 대여하는 등 약 380억원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K사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1억8440만㎡(약 5500만평) 규모 광구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는 "광구에서 석탄 개발을 하려면 기존 석유 · 가스개발 업체 등의 동의가 필요한데 C사가 이런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며 "계약 당시 2009년 1월 석탄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현재 생산 개시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또 "애초 K사가 밝힌 개발예산은 4000만달러 정도였지만 작년 말 보고에서는 23억달러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C사의 투자금 전용 의혹도 제기했다. SK 측은 "C사가 초기 대여금 1000만달러가 입금되자 직원 평균급여를 250%가량 올리고 회사 간부가 25만달러를 개인적 용도로 차용해 갔다"고 했다. SK는 이를 근거로 "C사가 개발사업 성공보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사실상 '사기' 의혹을 제기했다. C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반박,법정공방이 불을 뿜게 됐다. SK네트웍스 사건을 계기로 들여다 본 중소기업들의 해외자원 개발 투자피해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KOTRA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A사는 지난 1월 인도네시아 자원 개발 브로커로부터 "매장량 100만t에 달하는 유연탄광 개발권을 갖고 있으니 공동 개발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현지 실사를 거쳐 착수금 10억원을 지불한 뒤에야 광산 소유권이 수십개로 쪼개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브로커는 자취를 감췄고,A사는 10억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B사는 러시아에 유전을 소유한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려던 중 상대 측으로부터 선이행금 20억여원을 요구받았다.

B사는 담보도 확보하지 않은 채 돈을 줬고,상대 측은 지분 양도를 차일피일 미뤘다. B사는 결국 계약을 해제하고 현지에서 소송을 준비 중이다. C사는 중국에 금광 계약건으로 출장갔다가 접대비,선물비,계약서 공증비용 등 정체 불명의 비용을 허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자원개발국 현지의 불투명성이 근본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김관묵 KOTRA 인도네시아KBC 차장은 "지방정부가 개발권을 남발하기도 하고 소유권을 쪼개는 경우가 숱하게 많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에는 자원개발 전문 브로커 집단이 수백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계약 이행을 위해 변호사 선임 비용을 먼저 보내달라는 등 현지 방문이 어려운 점을 악용한 사기가 많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대륙의 이창훈 변호사는 "해외 자원 분쟁은 증거 수집이 용이하지 않은데다 특히 해당국가에서 소송을 하는 경우 승소 가능성이 매우 적다"며 "사전에 법률 자문가의 도움을 받아 계약의 실효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일/박동휘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