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고졸 여사원 지점장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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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공모로 22명 교육생 선발5일 오후 충남 천안의 에스원 연수원.삼성생명 여직원 22명이 조교의 구령에 맞춰 외줄타기와 암벽등반에 한창이다. 이를 악문 얼굴에서는 비지땀이 쏟아진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여자상업고등학교 출신의 40세 안팎이라는 점.6개월 예정으로 이날 시작된 교육과정을 마치면 지점장 자격을 갖추게 된다는 점도 같다.
학력장벽 제거…능력발휘 길 열어
보험업계에 고졸 출신 여사원들도 지점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삼성생명은 '여사원 지점장 특별 공모제'를 도입,22명을 선발해 이날부터 교육에 들어갔다. 고졸 출신 여사원의 지점장 공모제를 도입한 것은 삼성생명이 처음이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학력' 때문에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여상은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이 힘들었던 여성 인재들이 모인 곳이었다. 특히 서울 · 경복 · 동구 · 대구여상 등 명문 여상들의 학교 배지는 자부심의 상징이기도 했다. 주산과 부기에 능숙하고 계수에 밝았던 이들은 졸업 후 대부분 금융회사,그 중에서도 보험사에 주로 들어가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큰 일조를 했다.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여상 출신 사원들이 관리직으로 승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특히 보험사 영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사업부장'이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업부장이 되기 위해선 지점장과 지역단장을 거쳐야 한다. 대졸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 여사원들은 자연스럽게 이 과정을 밟아 사업부장이 되지만 여상 출신은 지점장이 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고졸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걸림돌로 작용한 탓이다. 그동안 이들의 업무는 주로 영업 현장에서 컨설턴트(FC)가 유치한 보험 계약을 정리하거나 관리하고 지점장을 보좌하는 것에 그쳤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학력'이라는 벽앞에 가로막힌 셈이다.
◆지점장 공모에 70명 도전
삼성생명은 고졸 여사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이들의 현장 경험을 영업에 활용,경영 성과를 높이기 위해 올해 초 '여사원 지점장 특별 공모제'를 도입했다. 사내 공모를 통해 후보자를 선발한 뒤 일정 기간 교육과 평가를 거쳐 일선 지점장에 발탁하는 제도다. 현재 삼성생명의 여사원은 모두 2500명.전체 임직원 6300여명 가운데 35%가 넘는다. 이 회사는 지난달 사내 공모에 지원한 70여명 가운데 22명을 뽑은 뒤 이날부터 특별교육에 들어갔다. 교육은 6개월간 진행된다. 마지막 1주일은 일본 중국 등에서 해외 영업 현장 체험을 실시한다. 후보자는 비전,금융 역량,직무 실무 등 5개 과정을 수료하면 지점장으로서 역량을 갖추게 된다.
교육생으로 선발된 경복여상 출신의 홍영란씨(38)는 "고졸 여사원도 관리직으로 올라설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가 생겨 기쁘다"며 "지점장이 되면 영업 실적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여상을 졸업한 김정화씨는 "열심히 노력해 지점장을 시작으로 도달할 수 있는 자리까지 도전해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