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도입 IFRS 회계장부, 기존방식과 차이 최소화 하라"

금융당국, 조기적용 40社에 요청
금융당국은 내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IFRS를 조기 적용하고 있는 40개사에 현재 사용 중인 한국회계기준(K-GAAP)과의 차이를 좁혀 줄 것을 요청했다. IFRS 방식의 재무제표가 '원칙 중심'의 회계여서 회사 측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작성하는 데 따른 투자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기업 간 실적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기업 자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혼란을 방지하도록 노력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회계기준과 차이 좁혀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5일 "새 기준 적용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무제표 표시 방법을 기존 한국회계기준에서 크게 변동되지 않는 수준으로 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기 도입을 위한 설명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이 같은 의사를 전달 중이며 회계법인이 외부감사나 컨설팅을 할 때도 이런 내용을 주지시키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IFRS에서는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하는 계정과목이 너무 축소돼 있다고 판단해 분류를 좀 더 세분화하고,주석 표시도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을 고려해 충실하게 기재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IFRS에서 기재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는 영업이익도 재무제표 이용자들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가능하면 매출총이익에서 판매관리비를 빼는 현행 방식대로 산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계정과목 변화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계속영업이익''정상영업이익' 등의 생소한 용어 사용 자제도 부탁했다. 기존 방식과 다른 기준으로 영업이익을 산출했을 경우엔 기업 간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주석 등에 계산 방식을 명시해 줄 것을 주문 중이다.

지난해 IFRS를 조기 도입한 14개사 중 풀무원홀딩스를 비롯한 절반가량이 임대료수입,잡손실,외화환산이익,배당금,유형자산처분이익 등을 영업이익에 포함시키는 등 '낯선 결산'을 한 데 대한 대응이다. 이와 함께 매출채권과 매입채무 금액을 구분해 표시하되 다른 계정과 통합 표시한 경우는 주석에 세부 내용을 기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두 항목은 주요 사업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영업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지만 액수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은 곳이 많아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 유출입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의무 기재 사항이 아닌 판매관리비를 따로 표시하고,주석에는 차입금 명세표를 실어 줄 것을 요청했다.

◆조기 도입 40개사도 '긍정적' 반응

금융당국이 원칙 중심의 회계방식이란 IFRS 도입 취지를 훼손한다는 일각의 비판을 무릅쓰고 이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장부 작성 기법의 자의적 판단이 과도할 경우 금융회사나 애널리스트 등 외부 재무 정보 이용자뿐 아니라 영업 · 재무 부서 등 기업 내부 이용자들의 혼란도 커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당국의 요청에 대한 IFRS 조기 도입 기업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작년부터 IFRS를 도입한 14개사는 최근 제출한 2009년도 손익계산서에서 모두 영업이익을 산출해 기재했다. 지난해 반기결산 때는 2개사가 영업이익 자체를 산출하지 않는 등 회사마다 제각각으로 장부를 작성한 데 비하면 큰 변화다.

새로 도입하는 회사들도 정부 방침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부터 조기 적용하는 회사 중 대표격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영업이익 항목을 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조기 도입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 시한인 오는 5월15일(개별 재무제표 기준)까지 회사의 실체를 왜곡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두 회계기준 간의 차이를 좁히는 노력을 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할 방침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