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출신 채지희씨 "입사 6개월만에 해외전시업무 맡았어요"

中企 대금지오웰 선택
"친구들이 제가 어느 회사 다닌다고 하면 처음엔 알아듣지 못해요.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도 다들 부러워해요. "

인천광역시 주안공단 내 대금지오웰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하는 채지희씨(30)는 사내외에서 '중소기업 예찬론자'로 통한다. 몸집에 비해 어깨가 큰 작업용 점퍼를 입고 있는 채씨는 점퍼 왼쪽 가슴에 써 있는 '대금지오웰'이라는 회사 이름을 자랑스러워한다. 대금지오웰은 자동세륜기 등을 만드는 종업원 90명에 연매출 200억원대를 올리는 중소기업.연세대 출신으로 소위 '스펙'을 갖춘 그가 중소기업에 뿌리를 내려 예찬론까지 펴는 사연에 귀가 솔깃해진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얻은 첫 직장이 대표의 횡령사고로 문을 닫은 뒤 이곳저곳 취업문을 두드리다 대금지오웰에 안착했다.

그의 수첩엔 몇 가지 취업팁이 적혀 있다. "청년인턴을 뽑는 중소기업 명단을 쭉 살펴보고,이 중 설립연도가 오래된 회사를 우선순위에 두어라."그는 홈페이지에서 대금지오웰이 중소기업으로선 이례적으로 불우이웃돕기 후원회를 자주 여는 것을 보고 좋은 회사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인턴을 하며 영업,기획,생산파트를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복사 등 잡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과정이었다. 6개월 뒤에는 성실함을 인정받아 해외영업부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회사는 정직원이 된 채씨에게 세계 3대 건설기계전시회인 '인터마트2009' 컨벤션 업무를 맡겼다. 작은 실수가 곧 해외 바이어를 놓칠 수 있는 중요한 업무인지라 신입사원에게는 좀처럼 맡기지 않는 일이었다. 대기업 같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채씨는 "전시컨벤션 관련 공부를 잠깐 한 새내기에게 큰일을 맡기는 것을 보고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내교육도 채씨를 만족시켰다. 대금지오웰은 이승우 사장의 방침에 따라 매일 아침 30분간 직원들에게 독서 시간을 주고 한 달에 한 번 시험을 치른다. 채씨는 "다양한 교육을 받으면서 회사의 소모품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이요? 지금이 더 좋아요. 회사와 함께 커 간다는 생각에 항상 웃으며 회사에 다닐 수 있는 걸요. " 채씨는 작업용 점퍼를 굳게 여몄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