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해역은 '성난 바다' 인당수보다 악조건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해역의 실종자 수색과 인양 준비를 위한 수중 작업이 7일 재개될 전망이나 깊은 수심과 빠른 물살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6일 새벽 강한 바람과 높은 파고로 작업을 중단했던 소형 크레인선 2척과 바지선 2척 등 민간인양업체 선단이 7일 오전 7시30분께 대청도에서 출항해 사고 해역으로 이동했다.이 선단은 크레인 굴착에 적당한 위치를 찾는 작업을 한다. 그러나 현지 해역의 특수성으로 인해 본격적인 인양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해는 날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온도 차와 기압 배치 등에 따라 해수면의 수증기가 급속히 증발해 삽시간에 짙은 구름이나 안개를 만들어 내는 일이 매우 흔한 곳이다.

큰 바다여서 다른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나 파도를 막아 줄 만한 장애물도 없다. 남해나 동해와 달리 간조와 만조의 차가 매우 커 물살도 강하다.평균수심이 약 45m이고 가장 깊은 곳은 100m 내외로 동해(평균수심 1천684m)와 남해(평균수심 101m)에 비해 매우 얕은 편이다.

간만의 차도 서해는 4(목포 기준)∼9m(인천 기준)로 남해(1∼3m)와 동해(0.2∼0.3m)보다 훨씬 커 물살이 매우 빠르다.

조류가 약한 시간대를 골라 수중작업을 해야 하지만 하루 중 작업이 가능한 시간이 많지 않아 작업 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바닥이 모래나 바위여서 비교적 물이 맑은 동해나 남해와 달리 서해는 바닥이 진흙이어서 물이 탁한 곳이 많아 잠수부들이 시야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서해 중에서도 백령도 인근 해역은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고 높은 파도가 이는 때가 종종 있어 옛날부터 뱃사람들 사이에 항해하기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

선박 건조 기법과 항해술이 발달하면서 `죽음의 바다'라는 옛 악명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배로 지나기에 만만치 않은 곳으로 꼽힌다.사고가 난 해역에서 약 10km 떨어진 백령도 북쪽의 장산곶 앞바다가 바로 우리나라 고전 소설 『심청전』에 나오는 '인당수'다.

성난 바다를 가라앉히려고 공양미 300석을 받고 효녀 심청이 몸을 던졌다고 할 정도로 옛날 뱃사람들에게는 항해하기 두려운 곳이었다.

특히 수중 작업을 하는 데는 사고가 난 백령도 남서쪽 해역의 여건이 인당수보다 더 나쁘다. 인당수 해역은 수심이 깊지만, 물이 맑지만 사고 해역의 바닥에는 진흙이 많고 물이 탁해 수중 작업에 무척 불리하다.

잠수부들이 입을 모아 "물속에서 불빛을 비춰도 50∼60cm 앞을 제대로 보기 힘들다"고 말할 정도다.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물 아래로 수십 m를 헤엄쳐 들어가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려 실제 작업 시간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사고 해역의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은 조류 관측을 위해 긴급 투입된 부이(수면에 떠 있으면서 위치를 표시하거나 측정을 하는 장비)가 하루 만에 고장이 나버린 데서도 알 수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사고 사흘째인 지난달 28일께 조류 측정 및 기상 관측 장비가 달린 3억원짜리 위성통신 부이를 사고 해역에 투입했으나 2.5∼3m에 이르는 높은 파도가 계속되자 하루 만에 장비가 고장 나는 낭패를 겪었다.이에 따라 일반 이동통신망으로 조류 측정 정보만 전달하는 대체 부이가 투입돼 비상 상황이 끝날 때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한경닷컴 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