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고 줄섰는데 물량 없는… 금리 0% '판교채권'의 비밀

금융소득 종합과세 제외 매력

비과세 감안땐 年7% 수익률 효과
큰손들 주로 매입…되팔지도 않아
국내 유일의 비과세 채권인 '판교채권'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판교채권이란 2006년 판교 아파트 분양 당시 채권입찰제가 도입되면서 발행된 '국민주택채권 2종'을 지칭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판교 아파트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게 책정됨에 따라 정부가 중대형 평형 당첨자들에게 국민주택채권 2종을 파는 방식으로 차익을 환수했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판교채권은 2006년부터 작년 말까지 약 2조5000억원 규모가 채권 유통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보유자들이 인수한 채권을 거의 대부분 시장에 내다 판 것으로 추정된다. 판교채권은 10년 만기에 표면금리가 0%여서 이자에 붙는 이자소득세가 없다. 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연간 금융소득 4000만원 이상)에서도 제외돼 자금 노출을 꺼리는 고액 자산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최근까지 판교채권은 액면가 대비 32%가량 할인된 가격에 팔렸다. 예컨대 액면가 1억원짜리 채권을 구입할 경우 32% 할인된 6800만원에 살 수 있고 이를 만기까지 보유하면 1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연 평균 수익률로 환산하면 연 4.5% 수준이지만 비과세 효과까지 감안하면 연 7%(금융종합소득세 최고세율 납세자 기준)에 달한다.

김상길 한국투자증권 채권상품부 차장은 "작년 말까지 판교 입주가 일단락되면서 올해부터는 더 이상 판교채권 물량이 나오지 않아 증권사들이 물량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도형 신한은행 신탁부장은 "판교채권은 찾는 사람이 워낙 많아 물건만 구하면 바로 팔리지만 지금은 물량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 판교채권이 다시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우선 판교채권을 산 투자자들이 양도차익을 얻기 위해 만기 이전에 되파는 경우다. 하지만 판교채권 보유자들은 자금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어서 채권 가격이 조금 오르더라도 팔려고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둘째 가능성은 정부가 판교처럼 주변 시세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분양가로 아파트를 공급하며 새로 국민주택채권2종을 발행하는 경우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채권입찰제로 국민주택채권 2종이 대규모로 발행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아주 낮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