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신용대출 확대 딜레마

주력이던 부동산 PF 길 막혀
"부실 느는 것 아니냐" 우려도
저축은행들이 개인신용 대출을 늘리고 있다. 그동안 주력 분야였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이 힘들어진데다 금융당국이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신용대출을 독려한 데 따른 결과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저축은행들의 신용대출 잔액은 20조6000억원으로 1월 말(19조원)보다 1조6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81조원에서 79조4000억원으로 1조6000억원 감소했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감소한 만큼 신용대출이 증가한 셈이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줄이는 대신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을 늘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인 '와이즈론'의 지난 2월 말 현재 대출잔액은 3750억원으로 작년 2월(2400억원)보다 56% 증가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알프스론'도 지난해 2월 2541억원에서 올 2월엔 4296억원으로 69% 급증했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저금리로 갈 곳이 없는 돈은 밀려드는데 부동산 관련 대출이 뚝 끊긴 상황에서 개인 신용대출 외에는 자금을 굴릴 만한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돈을 운용할 데가 신용대출밖에 없는 탓도 있지만 감독당국이 서민대출을 독려하고 있는 것도 신용대출을 늘리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은 신용대출을 늘리면서도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시스템이 부실한 상황에서 섣불리 신용대출을 늘렸다가는 부실화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판단에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2002년 카드대란 이후 기업금융을 위주로 영업을 해 온 터라 개인 신용대출을 하고 싶어도 엄두를 못 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신용자 신용 대출을 확대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