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시대 연결재무제표 모르면 투자 접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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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전면시행…子회사 범위·이익산출 방식 등 이해 필수'연결재무제표 완전 정복'이 시장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새로운 회계 방식인 국제회계기준(IFRS)의 내년 전면 도입에 앞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표기업들이 올해부터 이를 조기 도입하고 속속 연결 기준 장부를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IFRS 방식의 연결재무제표가 정형화되지 않은 탓에 이해조차 힘든 제각각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높은 관심만큼이나 투자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결 대상이 되는 자회사의 기준이 예전과 다른 데다 영업이익의 개념도 회사별로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LG 순익 급감은 연결기준 변경 탓㈜LG는 지난달 말 LG전자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를 연결 대상에서 모두 뺀 IFRS 재무제표를 내놓아 충격파를 몰고 왔다. LG그룹의 지주회사여서 이전까지는 주요 계열사를 포함한 연결 실적을 발표해 왔기 때문이다. 핵심 자회사들이 빠져나가자 ㈜LG의 연결순이익은 1조5800억원으로 기존 회계 방식으로 산출한 5조2200억원보다 70%나 급감했다.
여기에다 지난 6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도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처럼 혼란을 불러오고 있는 연결재무제표란 여러 기업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을 경우 한 기업집단으로 판단,회계장부를 종합해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기업의 실체를 잘 파악할 수 있다는 논리다. 대부분 회사는 연결을 해도 실적 변화가 크지 않지만 지주회사인 ㈜LG처럼 자회사가 많은 경우 큰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이는 기존 회계제도와 IFRS에서 정하는 연결 대상 회사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전엔 지분율 30% 초과 시 연결 대상에 포함됐지만 IFRS에서는 50%를 초과해야 연결 대상이다. 지분율 30~50%인 자회사들이 대거 연결 대상에서 빠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LG는 예전에는 LG전자 LG화학 LG CNS LG생활건강 LG데이콤 등 162개사의 실적을 연결했지만 IFRS 기준하에서는 LG CNS 등 29개사만 대상이다.
물론 지분율이 50%가 안 돼도 실질지배력이 있으면 연결 대상이지만 이 입증조건이 까다롭다. IFRS 기준서에서는 △협약에 의해 과반수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재무 · 영업정책을 결정하고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를 임면하고 △과반수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지배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이익 감소여서 기업가치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연결 대상 아니어도 지분법 이익은 반영
이처럼 실적이 급변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연결 대상 자회사를 임의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왜곡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오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IFRS 장부는 연결 대상으로 편입되지 않더라도 중요한 자회사의 경우 보유 지분율만큼 모회사 실적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종속기업의 실적은 모회사의 지분율에 관계없이 전부 반영되기 때문에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30% 지분을 가진 자회사가 100억원의 이익을 냈을 경우 연결 대상이 돼 100억원이 다 반영되는 것보다 지분율만큼인 30억원만 반영되는 게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지분율이 50%에 못 미친다는 점 때문에 연결되지 않는 점은 이처럼 논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지만 정서적인 거부감은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도 50%라는 기준을 절대적으로 적용할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최근 지분율 48~49%일 때 이를 연결에서 빼는 게 타당한가 하는 문제를 공식 제기하고,미국회계기준위원회(FASB)와 함께 연내 관련 쟁점에 대해 합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