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준공] 현대車 '승부수'

美ㆍ獨 경쟁사, 계열사 떼어낼 때…제철소 계열화로 시너지 극대화
현대제철 고로 1호기의 완공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역사상 어떤 자동차 업체도 해 보지 않았던 '실험'에 돌입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소재(철강)를 수직계열화한 곳은 현대차가 유일하다. 이는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개방형 조달 체계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현대차 웨이(way)'가 성공할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1990년대 초 미국 '빅3'는 유행처럼 수평적 분업의 물결을 일으켰다. GM이 델파이를,포드는 비스티온을 각각 '스핀오프(spin-off)'방식으로 분리 · 독립 시켰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당시 부품 계열사들은 '만들면 무조건 팔 수 있다'는 안일함에 빠져 있었다. 비용은 증가했고,효율은 떨어졌다. 개방형 조달 구조는 도요타마저 변화시켰다. 미국 독일만큼 철저하게 탈 계열화를 시키지는 않았지만 덴소의 지분율을 50% 이하로 떨어뜨리는 등 부품 업체들을 반(半) 독립 형태로 변모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선택이 매우 독특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 철강 계열사들이 자동차용 강판을 만들어 현대 · 기아차에 납품하고 또 동시에 현대모비스 위아 등 계열 부품 회사도 11개로 확장했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가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심수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작년 금융위기 당시 현대 · 기아차가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 소재 부품을 선단식으로 끌고 나가 공급망을 탄탄히 한 것이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르노 닛산 다임러가 삼각 동맹을 단행한 것도 현대차그룹의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델파이 주식을 되사고,도요타가 대규모 리콜 사태 이후 자국 부품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품질 향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역시 개방형 조달 시스템이 만능이 아님을 입증하는 사례들"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