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따라가지 말고 앞서 가라

"투자를 안 하는 것도 투자죠"

몇 년 전 M&A(기업인수 · 합병)바람이 불 때 대기업 핵심임원은 기자에게 "남들은 공격적으로 회사를 인수하거나 신규투자를 하지만 우리 그룹은 보수경영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시 기자는 "기회가 왔을 때 회사규모를 늘리지 않으면 다른 그룹에 밀리지 않겠습니까"라고 임원에게 물었다. "글쎄요,나중에 두고 보면 알겠죠" 임원의 얇은 미소에는 깊은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로부터 4~5년 후 일부 대기업이 M&A의 후유증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물론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해서 생긴 패착이다.

하지만 경영자는 미래의 위기와 기회요인을 통찰해 적절한 자제와 과감한 베팅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은행금리가 떨어지고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확실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들이 채권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이 와중에 외국인들은 원화값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달러를 원화로 바꿔 한국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글로벌 투자전쟁에서 백전노장의 경험을 쌓은 외국투자자들과,이들에 비해 노하우가 달리는 국내 투자자들 중 누가 똑똑한지는 아직 모른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외국 큰 손들에 휘둘리던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요즘은 영리해졌다. 그렇더라도 금리와 주가에 일희일비하며 단기 '머니 무브' 행태를 보이는 것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미묘한 흐름을 읽어내는 순발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냉 · 온탕식 투자행태는 자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PB센터 전문가들은 "금융시황을 본 일부 고객들이 채권을 많이 사달라고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출구전략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발 빠른 부자들은 2008년에 사뒀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지난해 여름이후 팔았으며 최근에는 채권 투자수익을 실현하고 금과 원자재펀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PB들은 전한다.

남보다 앞서는 것은 좋다. 그러나 남을 따라가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