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가 몸에 밴 부자들…며칠 고민해도 투자 결정은 번개처럼

웰스 매니저들이 본 수백억대 강남 부자들의 10가지 습관
대부분 아침형 인간
호텔보다 허름한 맛집 선호…숫자·원가개념에 밝아
"부자들은 아침형 인간이 대부분입니다. 식사도 절제합니다. 채식주의자도 많습니다. 가족 외식도 호텔 레스토랑이 아니라 허름한 맛집에서 하는 등 절제된 생활을 합니다. "(정수영 하나금융그룹 웰스매니지먼트(WM)센터 이사)

1인당 평균 자산이 50억원을 넘는 고객만 찾는 하나금융그룹 WM센터.이 곳에 소속된 웰스 매니저(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관리하는 전문 상담사)들은 고객들의 공통된 성향과 습관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 자리잡은 WM센터는 국내 금융권 최대의 PB(프라이빗 뱅킹)센터다. 한국경제신문 '머니&인베스트먼트'팀은 강남의 거부(巨富)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하나금융그룹 WM센터의 웰스 매니저들을 만나 그들이 느낀 부자들의 습관을 들어봤다. 정구학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이 주재한 이번 좌담에는 WM센터의 문국창 이사(증권투자상담사),권이재 부장,정수영 이사,이동현 부동산 전문위원,이경구 팀장이 참석했다.

◆정구학 부국장=부자들은 보통사람과 다른 습관을 갖고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고객으로 만나서 지켜보니 어떤가.

◆이경구 팀장=숫자와 원가개념이 철저하다. 건물관리에 대해 상담하러 오기 전에 미리 스스로 원가와 수익비용을 계산한 뒤 자문을 구한다. 웰스 매니저를 찾는 것은 자신의 계산을 검증하러 오는 차원이다. 고객들은 정말 빈틈이 없고, 모르는 것을 알려고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분들이다. 의사결정이 빠른 것도 특징이다. 200억~300억원대 부동산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하더라도 한번 사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그 즉시 실행에 옮긴다. ◆이동현 전문위원=땅을 살 때 그 지역에 대해 잘 아는 현지 출신에게 맡긴다. 공인중개사가 허름한 사무실을 갖고 있더라도 현지 상황에 정통하다면 문제 삼지 않는다. 현지인이기 때문에 그 동네 사람들을 잘 알고 네트워크도 잘 돼있기 때문이다.

◆정 부국장=주식투자 습관은 어떤가.

◆문국창 이사=투자에 관한 한 부자들의 안목은 장기적이다. 가령 외환위기 시절 경제가 곧 무너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삼성전자같이 튼튼한 주식을 사놓고 2~3년간 지켜본다. 경기가 다 회복되고 소액투자자들이 주식을 살 무렵에 슬그머니 팔아 이익을 챙긴다. 투자종목은 테마주보다 블루칩이다. ◆권이재 부장=네트워크가 굉장히 잘 돼있다. 작게는 로터리 클럽부터 시작해서 2세클럽까지 다양한 클럽이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많이 얻는다. 좋은 상품을 추천받으면 클럽 회원들에게 확인하고 평가 받는다. 주위에 있는 분들이 특정 상품을 같이 투자해 함께 대박나기도 한다. 요즘에는 의외로 인터넷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 사람들도 많다.

◆정 부국장=생활습관의 특징은.

◆권 부장=고객들은 웰스 매니저들의 내공과 실력,인품 등을 굉장히 꼼꼼하게 테스트한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등은 회사에서도 직원들을 테스트해 본 경험이 많아 거의 프로다. 고객 한 분이 PB · 자산 관리사 · 상담사 등 대략 10명까지도 만나서 상담해보고 자신의 성향과 맞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돈을 맡긴다. ◆이 팀장=다른 은행에서 못 해주는 이야기,뒷이야기,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야 믿고 맡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단지 돈이 많기 보다는 우리가 만족과 솔루션을 줄 수 있는 니즈가 있는 고객을 찾아 다닌다.

◆정수영 이사=사람들이 흔히 갖고 있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수백억원대 부자들의 공통점은 절제하는 습관이다. 대부분 아침형 인간이다. 담배는 기본적으로 안 피운다. 술도 독한 술이나 과음은 피한다. 식사도 채식 위주로 한다. 부자들은 사람을 만날 때 조차 지인들을 만나 즐기기보다는 비즈니스와 관련된 최소한의 사람들을 만난다. 한 마디로 수면 · 음식 · 인간관계 등 생활전반에 걸쳐 절제를 하는 성향이 있다.

◆권 부장=종교를 갖고 기부도 많이 한다. 종교를 갖고 있다는 것은 절제하는 성향과도 맞물리는 것 같다. 한 예로 어떤 고객은 지점에 왔을 때 불이 켜져 있으면 끄고,수도도 잠그고 다니는 등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정부가 요즘 원유소비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걱정하기도 한다. 가족끼리 자주 외식한다고 해서 한번 따라갔는데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역삼역 근처 허름한 맛집이었다.

◆이경구 팀장=자신이 투자를 결정하는 자리에 아들이나 딸을 대동해 살아있는 재테크 교육을 한다. 고객 중에 자수성가한 50대의 젊은 분들이 늘고 있다. 이 분들은 자녀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나이가 되면 자산의 형태를 바꿀 때 자녀를 데리고 온다. 자녀는 투자 상담 시점부터 의사결정까지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다. 이렇게 자녀로 하여금 중요한 자산의 변환과정을 직접 보고 배우게 한다.정리=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