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족보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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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과 가치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한 핏줄이다. '미국 족보 전문사이트 앤세스트리닷컴이 두 집안의 가계를 조사해 밝혀낸 내용이다. 이들의 뿌리가 되는 조상은 17세기 프랑스인 마렌 뒤발이라고 한다. 1650년대 프랑스에서 미국 메릴랜드로 이민을 간 뒤발은 오바마에게는 11대조,버핏에게는 9대조가 된다. 버핏이 오바마의 조부뻘이다. 족보연구가인 아나스타셔 타일러는 "뒤발이라는 이름을 양측 가계도에서 발견하고 이것을 추적해서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가계를 연구하다 보면 의외의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2003년에는 다국적 연구팀이 13세기 몽골 제국 영토였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8%가 칭기즈칸의 후손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숫자로는 1600여만명이나 된다. 한집안의 혈통이 800여년 만에 어떻게 그렇게 퍼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길 만하다. 이에 대해 페르시아의 역사가 주바이니는 '세계 정복자역사'라는 책에서 이런 해석을 내놓았다. "싸우지 않을 때 그들이 뭘 했겠는가. "미국에서 족보만들기 사이트가 포르노 사이트 다음으로 많은 유료회원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족보에 대한 관심이 높기로는 우리도 빠지지 않는다. 집집마다 어떤 형태로든 족보나 가계에 대한 기록을 보관하고 있고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문파를 묻는 게 보통이다. 우리나라 첫 족보는 1476년 간행된 안동 권씨의 '성화보(成化譜)'로 알려져 있으나 원본은 없고 중간본만 전해져 온다.
한국족보박물관이 대전 중구 뿌리공원에 17일 문을 연다. 전국 120여 문중에서 기증한 족보 등 20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될 예정이다. 1727년에 만들어진 창원 공씨 족보,1730년대 작성된 안동 권씨 세계(世系 · 직계조상의 이름만 기록한 간이 족보) 등 족보가 중심이지만 임금의 교지,문집 등 다채로운 자료도 포함돼 있다. 일반을 위한 열람실도 만들어진다고 한다.
족보는 가문의 체계적 기록일 뿐만 아니라 중요한 인문학적 사료이기도 하다. 각 가문의 계보를 세세하게 연구하다 보면 우리나라 역사가 더 풍성해지고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물연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자료로 평가된다. 지속적으로 소장품을 늘려나가고 누구나 쉽게 이용하게 한다면 족보박물관이 인문학연구의 산실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가계를 연구하다 보면 의외의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2003년에는 다국적 연구팀이 13세기 몽골 제국 영토였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8%가 칭기즈칸의 후손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숫자로는 1600여만명이나 된다. 한집안의 혈통이 800여년 만에 어떻게 그렇게 퍼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길 만하다. 이에 대해 페르시아의 역사가 주바이니는 '세계 정복자역사'라는 책에서 이런 해석을 내놓았다. "싸우지 않을 때 그들이 뭘 했겠는가. "미국에서 족보만들기 사이트가 포르노 사이트 다음으로 많은 유료회원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족보에 대한 관심이 높기로는 우리도 빠지지 않는다. 집집마다 어떤 형태로든 족보나 가계에 대한 기록을 보관하고 있고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문파를 묻는 게 보통이다. 우리나라 첫 족보는 1476년 간행된 안동 권씨의 '성화보(成化譜)'로 알려져 있으나 원본은 없고 중간본만 전해져 온다.
한국족보박물관이 대전 중구 뿌리공원에 17일 문을 연다. 전국 120여 문중에서 기증한 족보 등 20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될 예정이다. 1727년에 만들어진 창원 공씨 족보,1730년대 작성된 안동 권씨 세계(世系 · 직계조상의 이름만 기록한 간이 족보) 등 족보가 중심이지만 임금의 교지,문집 등 다채로운 자료도 포함돼 있다. 일반을 위한 열람실도 만들어진다고 한다.
족보는 가문의 체계적 기록일 뿐만 아니라 중요한 인문학적 사료이기도 하다. 각 가문의 계보를 세세하게 연구하다 보면 우리나라 역사가 더 풍성해지고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물연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자료로 평가된다. 지속적으로 소장품을 늘려나가고 누구나 쉽게 이용하게 한다면 족보박물관이 인문학연구의 산실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