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얻고 수익 올리고…은행 CEO 자사주 대박

신한 라응찬 회장 11억 평가익
우리 이팔성 회장도 62% 수익
국민은행장은 자사주 매입 안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사주를 사들였던 금융지주 회장들과 은행장들이 상당한 평가차익을 올리고 있다.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은 11억원이 넘는 차익을 올려 최고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최고경영자(CEO)들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주주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기 위한 차원이었으며 평가차익은 부수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라 회장은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신한지주 주가가 떨어지자 같은 해 11월18일 8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2만5000주를 매입했다. 매입단가는 3만1962원이었다. 라 회장은 신한지주가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실시한 유상증자에도 적극 참여,2만6000주를 주당 1만6800원에 매입했다. 리먼 사태 이후 라 회장이 자사주 매입을 위해 투자한 돈은 12억3672만원이었으며 평균 매입단가는 2만4225원으로 파악됐다. 신한지주 주가는 지난해 4월부터 지속적으로 올라 현재 4만6350원을 기록 중이다. 라 회장의 평가차익은 11억2954만원,수익률은 91%에 이른다.

라 회장과 함께 신한지주 유상증자에 참여한 신상훈 사장도 5억원에 가까운 평가차익을 얻고 있다. 신 사장이 지난해 3월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자금은 2억8412만원이었으며 현재 평가차익은 4억9975만원이다.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유상증자에 참여했지만,매입금액이 4553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어 차익은 8000만원을 약간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신 사장과 이 행장은 당시 매입단가가 워낙 낮았던 탓에 수익률은 176%로 라 회장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리먼 사태가 터진 직후인 2008년 9월30일 2000주 매입을 시작으로 올해 2월26일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총 2만7000주를 사들였다. 매입단가는 최저 4750원에서 최고 1만5370원으로 '분할매수' 원칙을 지킨 덕분에 평균 매입단가는 1만268원이었다. 지난 9일 우리금융 종가는 1만6650만원.이 회장은 자사주 매입에 총 2억7724만원을 투자해 1억7231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수익률은 62%를 기록하고 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도 2008년 10월30일 우리금융 주식 2000주를 사들여 현재 126%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평가차액은 1856만원으로 이 회장의 10분의 1을 약간 웃돈다.

하나금융 경영진중에선 김승유 회장이 2008년 10월 5000주,11월에 1000주를 매입했다. 지난 9일 하나금융 종가(3만3950원)로 계산하면 김 회장은 1억1975만원을 투자해 이를 2억370만원으로 불렸다. 수익률은 70%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2008년 9월 각각 5000주와 4000주를 매입해 2135만원,1708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매입단가는 2만9680원.주가가 다소 높을 때 자사주를 매입한 결과 수익률은 14%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하나금융이 리먼 사태 이후 태산LCD와의 키코 문제 등으로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4대 금융지주회사 경영진 중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대행 겸 국민은행장은 자사주를 단 한 주도 매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 회장대행은 대신 KB금융 스톡옵션을 61만주 갖고 있다.

정재형/이태훈 기자 jjh@hankyung.com